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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차세대 방송의 꽃, 입체TV

DRAGON 2009. 2. 10. 07:27

지난 2001년 미국 CBS 방송은 독특한 슈퍼볼 중계방송을 선보였다. 결정적인 주요 득점 순간을 이방향 저방향으로 돌려 보여준 것이다. 중계를 지켜본 시청자들은 이 새로운 영상 기술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마치 영화 매트릭스를 보는 것처럼 입체감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전문가들은 입체기술이 조만간 일반 TV에 본격적으로 등장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디지털방송이 시작되면서 전보다 선명한 화질과 좋은 음질로 TV를 시청하게 됐다. 디지털 HDTV 방송 이후에 등장할 차세대 방송으로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이 입체TV(또는 3차원 TV, 3 Dimensional TV)다. 최근 들어 광고·교육·오락·영화 등 여러 분야에서 입체기술이 활용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앞으로 새로운 방송 및 영상미디어로 등장하게 될 입체TV의 주요 기술에 대한 원리와 최근 연구되고 있는 분야를 소개한다.
우리는 3차원의 공간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문명의 이기인 영상기기들은 이런 입체 공간을 2차원 화면에 담아내는데 머물러 있다. 그래서 가끔씩 우리는 두 눈으로 실제 세계를 보는 것처럼 좀더 입체감을 느낄 수 있는 TV나 모니터는 없을까 상상하곤 한다.

이를 기술적으로 실현한 것이 바로 입체TV다. 이 장치는 실제 3차원 공간의 사물을 보는 듯한 효과를 내는 특수 디스플레이 장치를 통해 영상을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연구는 꽤 오래 전부터 시작돼 그동안 무척 다양한 방법들이 고안됐지만, 실용화에는 모두 실패했다. 하지만 최근 전자 기술과 소자 기술, 디스플레이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힘입어 그 실현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그렇다면 입체감을 느끼는 원리는 무엇일까. 우리가 사물을 볼 때 왼쪽 눈으로 보는 영상은 오른쪽 눈으로 보는 영상과 두눈의 간격(약 6.5cm)에 해당하는 만큼 수평으로 위치 차이가 있으며 이를 양안시차(binocular disparity)라 한다. 입체감을 느끼게 하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그 중 양안시차 때문에 생기는 깊이감은 가장 중요한 변수다. 한 예로 양손에 연필을 한자루씩 쥐고 눈앞에서 서로 접근시켜 두 연필을 마주 붙여보자. 두 눈을 뜬 상태로 연필을 붙일 때는 쉽지만 한쪽 눈을 감게 되면 자주 어긋나게 됨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한쪽 눈만으로는 연필까지의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착안해 눈에 보이는 실제 영상과 동일한 영상을 두 눈에 입력할 수만 있다면 입체감은 쉽게 표현된다. 이를 위해 특성이 동일한 2대의 카메라를 양안 간격만큼 벌려 놓고 촬영한 후 왼쪽 카메라로 찍은 영상은 왼쪽 눈에만 보이게 하고, 오른쪽 카메라 영상은 오른쪽 눈에만 비춰준다. 원리는 간단하지만 실제 구현을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복합적으로 존재한다. 사람은 보고자 하는 대상을 수정체 두께를 조절해서 자연스럽게 볼 수 있지만 기계인 카메라로 이를 따라하려면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양안시차의 원리를 이용해 입체 영상을 구현하려는 노력들은 끊임없이 시도돼왔다. 가장 대표적이자 실용화 단계에 있는 것이 바로 안경식이다. 특수 제작된 안경을 쓰고 입체영상을 보는 것으로, 현재로서 가장 실용적이지만 장시간 시청시 눈의 피로감이 누적돼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한 실정이다.

안경식 가운데 입체 영상을 가장 잘 재현해내는 방식은 편광안경식이다. 좌·우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만들어 필터를 부착한 좌·우 프로젝터를 통해 스크린에 비춘뒤 이를 편광안경을 쓰고 보는 방식이다. 편광 특성이 서로 다른 영상을 통과시키지 않는 필터를 이용한 이 방식은 왼쪽 눈에는 왼쪽 영상만, 오른쪽 눈에는 오른쪽 영상만이 비쳐져 입체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편광안경식의 경우 다수가 동시에 볼 수 있는 구성에는 적합하지만, 화면 밝기가 떨어지고 좌·우 편광을 완전하게 분리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것을 개선한 것이 셔터안경식 입체영상 시스템이다. (그림 1)은 셔터안경식 입체영상 시스템이다. 셔터안경 방식에서는 시분할 신호에 맞춰 좌·우 영상이 번갈아 프로젝터를 통해 비쳐진다. 그와 동시에 에미터라는 적외선 발생기가 좌·우 영상의 동기 신호를 셔터안경에 발사한다. 이 제어신호에 따라 왼쪽영상이 투시될 때는 왼쪽 안경이, 오른쪽 영상이 비쳐지면 오른쪽 안경의 셔터만이 작동해 입체감을 만드는 것이다. 셔터 안경식은 좌우 영상을 좀더 확실히 분리해낼 수 있지만 안경값이 비싸고 적외선 수신범위에서만 시청이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처럼 안경을 쓰고 영상을 본다는 것은 아무래도 불편함이 없지 않다. 그 때문에 입체TV연구의 궁극적인 목표는 실제 물체가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있다. 평소 우리가 눈으로 사물을 보는 것처럼 시선이 바뀔 때마다 물체에 가려진 부분까지 볼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안경이 필요 없는 입체영상이 연구돼 왔지만 아직 실용화된 것은 거의 없다. 하지만 최근 전세계적인 추세를 감안하면 조만간 좀더 획기적 방법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개발된 무안경식 입체기술 가운데 가장 앞선 형태가 렌티큘라(lenticular) 디스플레이다. 종종 재미있는 입체 책받침이나 입체 엽서의 소재로 쓰이는 렌티큘라 스크린은 반원통형 투명 렌즈판을 수직으로 모아놓은 형태(그림 3)를 띤다. 스크린 뒤 렌티큘라 한 피치마다 초점 면에 좌우측 화소 한쌍씩 대응시켜 놓으면 왼쪽 눈에는 좌측화소만이 오른쪽 눈에은 우측화소만이 보인다.

이처럼 렌티큘라 방식은 안경을 쓸 필요는 없지만 렌즈판과 상의 위치를 정밀하게 조정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또한 보는 위치에 따라 좌우 화소의 경계에서 입체영상이 잘 보이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

그 때문에 인티그럴 이미징(integral imaging)기법(그림 2)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인티그럴 이미징은 여러개의 초소형 요소렌즈들이 만드는 입체영상이다. 일단 사진 필름 앞에 곤충눈(複眼) 모양의 렌즈를 배치하고 렌즈의 초점면에 필름을 일치시킨다. 이를 현상한 뒤 렌즈에 다시 통과시키면 상의 위아래가 바뀐다. 이를 현상해 렌즈 뒷면에 배치하고 뒷면에서 백색 확산광을 쬐어주면 입체영상이 맺히게 된다.

보통 다안식 카메라는 카메라 1대의 영상 전체가 관찰자의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인티그럴 방식은 1개의 요소렌즈가 그 방향으로 들어온 영상만을 재현하기 때문에 렌즈 여러개가 모여야 전체 영상을 표현할 수 있다.

이 방식은 전방향에서 입체감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인접 렌즈 사이의 간섭효과를 최소화시켜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한편 또다른 입체영상기술인 홀로그래피(holography)가 실용화되기까지는 좀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홀로그래피는 빛의 간섭과 회절을 이용해 파면(波面)의 모양을 표현한다. 레이저빔을 렌즈에 통과시켜 구면파로 만들고, 이 구면파가 피사체에 부딪쳐서 반사한 산란광과 거울에 반사된 평행광이 모양을 형성한다. 이렇게 두빛이 겹쳐진 부분에서 발생한 간섭무늬를 이용한 것이 바로 홀로그램(hologram)이다. 이를 이용해 참조광으로 사용한 평행광을 다시 같은 방향에서 비춰주면 피사체가 있던 위치에 동일한 3차원 상이 맺힌다.

실제 이런 현상을 이용해 홀로그래피로 동영상을 구현하는 연구가 오랫동안 진행됐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가능성 있는 것은 액정 디바이스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홀로그래피의 간섭무늬를 고해상도 카메라로 촬영한 뒤 수신측에서 고화질 액정 패널에 레이저빔을 비춰주면 실시간 동영상 홀로그래피를 구현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전자식 홀로그래피의 상용화까지는 넘을 산이 아직 많다.

셔터안경을 착용한채 입체카메라로 촬영된 쇼프로에 넋을 잃은 기자. 셔터안경테의 중간부분에는 적외선 수신기(A)가, 모니터 위엔 적외선 발생기인 에미터(B)가 달려있다.
현재 입체TV에 관한 연구는 무안경식 디스플레이 쪽에 집중돼 있다. 세계 각국에서는 렌티큘라, 패럴랙스 배리어(parallax barrier), 인티그럴 이미징 등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무안경식을 구현할 수 있는 또다른 기술인 홀로그래피는 실용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무안경 디스플레이로서 렌티큘라 방식 등을 적용한 디스플레이는 상용화 제품들이 몇가지 출시돼 있다. 렌티큘라는 앞으로 해상도와 시각이 더욱 향상돼 대표적인 디스플레이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안경식이 보편화 돼있는 실정이다. 실제 다수의 시청자를 위한 극장 등에서는 편광안경 방식이, 개인용 PC나 TV 등에서는 셔터안경 방식이 주로 이용되고 있다. 입체 영상의 경우 컴퓨터 그래픽에 의한 것과 실제 촬영에 의한 영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제작되고 있다.

현재 입체TV 연구에서 가장 앞선 곳은 유럽이다. 유럽에서는 10여년 전부터 유럽연합(EU)내 여러 나라가 공동으로 대형 입체TV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으며 최근 ‘ATTEST’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단지 입체영상의 기술적인 검토와 검증에 불과했던 기존 프로젝트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차세대 TV로서 입체TV를 상업화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미국에서도 대학과 중소기업에서 입체TV에 관한 다양한 연구 개발이 진행 중이다. 카네기 멜론대에서는 입체영상 신호처리, MIT 미디어랩은 홀로그래피 TV를 연구 중이며, 지금도 여러 업체에서 렌티큘라 무안경 디스플레이를 쏟아내고 있다.

미국은 유럽이나 일본과 달리 아직까지 연구 개발의 구심점은 없으나, 이 분야의 시장이 점점 커지면 결코 다른 나라에 뒤지지 않는 기반 기술을 선보일 수 있는 저력을 갖고 있다.
일본은 1974년 최초 입체 실험 프로그램 방송을 시작한 이래, NHK, NTT 등을 중심으로 입체TV 방송기술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진행됐다. 그 결과 입체영상의 획득, 저장, 압축전송 및 복원의 핵심기술을 확보한 상황이다. 현재 여러 방식의 프로토타입 시스템을 개발, 실용화 연구를 진행 중이며 2000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입체TV 시험방송을 실시하기도 했다. 지금은 오락, 광고, 전시분야에서는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는 상황이다. NHK의 경우 HD급 입체카메라를 여러대 제작해 실제 방송에 활용하고 있다.

입체카메라로 촬영한 좌우영상을 편광필터로 통과시키면 입체감이 얻어진다.
현재 국내 여러 대학들도 입체 디스플레이와 다시점 신호처리 등 원천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국책연구소와 산업체 역시 그 상업적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관련 기술의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입체카메라를 개발해 2002년 월드컵 기간 중에 실제 3D시범중계를 실시했다. 한국 대 폴란드전 등 5개 경기를 촬영한 영상을 중계차와 KT의 광전송망, 위성을 통해 서울 및 지방 각지의 10개 디지털방송관에 전송해 입체 경기를 관람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당시 방송관에 모인 관객들은 편광 안경을 쓰고 3백인치 대형 스크린에 뿌려지는 입체영상을 즐길 수 있었다. 현재 ETRI는 차세대TV인 SmarTV 연구과제에 입체영상을 포함한 실감방송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KBS 방송기술연구소에서는 2003년 HD급 입체카메라와 이를 녹화·재생하는 양안영상 합성기와 분리기를 개발했다. KBS의 입체카메라는 사람의 두눈에 해당되는 일반 카메라 2대와 입체감을 살리기 위해 카메라의 위치를 섬세히 조정할 수 있는 컨트롤러가 탑재됐다.
현재까지 이 카메라를 이용해 KBS의 ‘뮤직뱅크’ ‘개그콘서트’ 공개방송과 2003 대구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촬영했다. 촬영 조건에 따른 결과 영상을 분석해 효과적인 입체영상 제작 방법을 얻기 위해서다. 또한 국제방송장비전시회인 KOBA에서 입체영상 체험관을 운영해 일반인이 입체환경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홍보하고 있다. 아울러 입체영상이 갖는 막대한 정보량을 작게 압축해 전송하는 방법이 연구 중에 있으며 실사 영상이 아닌 그래픽 입체영상 제작기술을 중점 연구 중이다.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현재 세계적으로 입체TV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입체 디스플레이, 입체영상 신호처리 분야를 중심으로 학계와 연구기관, 기업체들이 연구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입체영상은 상품 광고 등 전시 분야와, 컴퓨터게임, 영화 등 오락 분야를 비롯해 강의, 의료, 군사 등 점점 더 그 영역이 확대되는 추세다. 정보통신부도 2010년경부터 양안식 입체TV 방송서비스가 시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눈에 피로감을 주지 않는 입체TV 방송이 시작될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


박창섭 차장은 1981년부터 지금까지 KBS 방송기술연구소에 20년 이상을 근무해온 영상기술의 베테랑이다. 2001년 KAIS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입체영상, 영상압축, 영상신호처리 등 차세대 방송의 원천 기술을 연구하는 입체TV팀을 이끌고 있다.

출처 : 중국유학 컨설팅
글쓴이 : 차이나게이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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