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비밀의 유출이 증가함에 따라, 소송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오늘날 무한경쟁의 기술 · 정보사회를 맞이하여 기업이 보유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 정보는 그 기업의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로 부각되고 있다. 영업비밀의 개념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각국의 입법정책에 따라 조금씩 상이하지만 공통된 정의로는 기업이 시장에서 경쟁상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하여 스스로 개발하고 비밀로서 보유한 기술정보(예를 들면, 생산 및 제조공정, 제조방법 등)와 경영정보(예를 들면, 마케팅 전략, 고객 리스트, 기업의 기본계획 등)를 말하며, 이러한 정보는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공업 및 상업상의 정보를 말한다.
영업비밀은 유출될 경우, 영업비밀 보유자(기업 또는 개인)에게는 막대한 손실을 입힐 수 있는데, 최근 그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특허로 보호받지 못하는 국가의 핵심기술이 해외로 유출됨에 따라 국부유출이 우려되고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보안비용 투자가 빈약하고 이직이 많은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의 경우는 영업비밀 유출이 빈번하게 일어나며, 대다수의 중소기업이 유출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해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법무부의 ‘기술유출 범죄 처리현황’에 따르면 첨단 분야 기술유출 사건으로 기소된 사례는 1999년 39건 95명에서 2009년 292건 807명으로 꾸준한 증가 추세에 있으며, 또한 소송사례도 증가하고 있어 영업비밀로 보호 받기 위한 요건에 대한 법원의 판례가 많아짐에 따라, 영업비밀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영업비밀의 법적성격에 대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영업상의 이익 또는 사실상의 자산으로 이해되고 있으며, 영업비밀의 재산적 가치는 인정하지만 물권 또는 산업재산권과 같은 권리성은 인정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① 영업비밀보호제도는 산업재산권과 같이 공개의 대가로 배타적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가 아니라, 침해행위의 성질과 부정한 수단으로 영업비밀의 취득을 금지시키는데 착안한 제도이며, ② 물권 또는 산업재산권과 같은 공시제도가 존재하지 않고, ③ 영업비밀이 배타적 권리의 일종이라면 그 내용이 공개된 후 보호받을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영업비밀보호제도는 영업비밀보유자의 비밀관리 의무를 전제로 어떤 정보가 비밀로서 유지․관리되고 있는 동안 사실상의 재산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파악하여 부정한 수단에 의한 침해행위를 규제함으로써 반사적으로 영업비밀을 보호하고자 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이렇게 영업비밀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법(‘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 정의된 3가지 요건을 만족하여야 한다. 법에서 정의된 3가지 요건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해야 하고(비공지성),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지녀야 하며(독립적 경제성),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관리되어야 한다(비밀관리성).
위와 같이 법에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비밀이 유출되었으나 위에서 서술한 3가지 요건을 만족하지 못해 민형사상 소송에서 패소하여 막대한 손실을 입은 경우가 종종 등장하고 있다.
영업비밀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높아가고 있으나, 이에 대한 대비책은 아직 부족하며 제도적인 뒷받침도 충분하게 이뤄지고 있지 않다.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우선 영업비밀이 유출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는 방법과 유출된 뒤에 사후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사전에 방지하는 방안이나 사후에 대응하는 방안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밀접한 관계에 있다. 즉, 사전에 영업비밀 유출을 방지하는 방안이 곧 사후에 대응하는 방안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이 되는 것이다.
그 이유는 사전에 방지를 아무리 잘 해도, 영업비밀의 특성상 영업비밀을 다루던 담당자가 이직하거나, 빼돌릴 경우 유출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사에 의하면, 영업비밀 유출 사건은 80% 이상이 내부 직원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영업비밀이 유출되는 것을 막을 수는 완전히 막을 수는 없으나, 최대한 방지함으로써 그 결과를 사후 대응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사후 대응방안으로서 민형사상 소송이 있으나, 이를 위해서는 영업비밀로 보호받기 위한 3가지 요건을 만족해야 하며, 3가지 요건에 대해서는 원고측에서 입증을 하여야 한다. 이 중 비밀관리성은 사전 대응 및 사후 대응에 영향을 다 미친다고 볼 수 있다.
대기업의 경우는 상당한 비용과 노력을 들여 회사의 정보를 관리하고 있으므로 대부분 비밀관리성을 만족하나,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의 경우에는 비용측면 및 잦은 이직, 그리고 보안담당자 자신도 언제 이직할지 모르기 때문에 비밀관리에 소홀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비밀관리성을 만족하지 못해 영업비밀로 인정되지 않아 대법원에서 패소한 사례가 나와, 업체로서는 상당한 노력으로 영업비밀을 관리해야하는 의무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영업비밀 관리성에 대한 최소한의 요건으로 정보 보유자가 그 정보를 비밀로 관리하고자 하는 비밀관리의사가 있었는지, 정보 보유자의 수준을 고려할 때 상당한 노력을 한 것으로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그 정보를 비밀로 관리하는 실제적인 조치를 취했는지를 보고 있으므로 업체에서는 이에 맞는 대비책을 세워둘 필요가 있다.
영업비밀은 특성상 기업체 내부에서 비밀로 관리되어야 하기 때문에, 유출되었을 때 영업비밀 실체자료 입증 및 관리성 입증이 기업체로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대기업의 경우에는 충분한 인력과 비용이 투입되고, 법무법인 등과 계약이 되어 있어 입증에 큰 무리가 없으나,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의 경우 입증에 상당한 노력이 들어 포기하는 경우도 많으므로 영업비밀 자료 입증 및 관리성 입증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관심을 가짐으로 인해 사전 유출 방지 효과도 예상할 수 있다.
대법원 2008.7.10. 선고 2007도3435 판결
사실관계 (대상기업은 벤처기업임)
피고인들 중 일부가 X회사에 입사할 때 “업무상 기밀사항 및 기타 중요한 사항은 재직 중은 물론, 퇴사 후에도 누설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일반적인 영업비밀준수 서약서를 작성한 사실은 있으나, X회사에서 업무와 관련하여 작성한 파일에 관하여 보관책임자가 지정되어 있거나 별다른 보안장치 또는 보안 관리규정이 없었고, 업무파일에 관하여 중요도에 따라 분류를 하거나 대외비 또는 기밀자료라는 특별한 표시를 하지도 않았으며, 연구원뿐만 아니라 생산직 사원들도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어 파일서버 내에 저장된 정보를 열람․복사할 수 있었고, 방화벽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개개인의 컴퓨터에서도 내부 네트워크를 통해 접근할 수 있었다.
법원판단
위 사정을 종합해 볼때 이 사건 파일들이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파일은 영업비밀에 해당되지 않는다.
- 산업재산보호팀 영업비밀 TF 박진호 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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