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제2의 도시 멜버른은 호주 문화와 교육의 중심지로 영국풍의 귀족스러운 멋을 간직한 도시다. 도심 곳곳에 펼쳐진 녹색 정원과 골목마다 즐비한 카페들이 호주에서 가장 녹지율이 높은 도시, 전세계 커피 소비량 1위의 도시임을 말해준다.
또한 호주에서 가장 많은 수의 극장과 갤러리, 박물관, 공연장 등을 보유한 ‘문화·예술의 도시’, 3천여 개의 레스토랑과 카페 등이 전세계 미식가를 유혹하는 ‘미식가의 도시’, 호주 유행을 선도하는 ‘패션의 도시’, 호주 테니스 오픈이나 포뮬러 원(F1) 자동차 대회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연중 내내 펼쳐지는 ‘스포츠 이벤트의 도시’등 다양한 애칭을 갖고 있다.
멜버른은 19세기 말 근처의 밸러랫이란 곳에서 금광이 발견되면서 유럽이나 아시아 등지에서 황금을 찾아 모여든 이민자들로 형성됐다. 이민자들은 자신의 고유 문화는 지키면서 타 민족의 문화도 존중하고 수용함으로써 서로 평화롭게 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고, 서로 다른 민족의 문화가 한데 어우러져 공존하면서 오늘날 멜버른만의 다양하고 독특한 문화를 형성했다.
멜버른은 또한 완벽한 ‘신구’의 조화를 보여준다. 19세기 낡은 목재 트램과 최신식 전동 트램이 함께 거리를 달리고, 고풍스런 마차와 현대식 자동차가 함께 도심을 나란히 가로지른다. 뿐만 아니라 높은 스카이라인을 그리는 초현대식 마천루들과 함께 오래된 빅토리아 양식의 건축물들이 서로의 개성을 뽐내면서도 조화롭게‘멜버른’이란 도시 속에 어우러져 있다.
호주의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시간의 블랙홀이자 온갖 인종이 한데 어울려 사는 인종의 바다이기도 한 멜버른은 어떻게 보면 시드니보다 더 ‘호주다운’ 특성과 개성을 갖춘 도시라 할 수 있다.
멜버른 시내는 정방형이기 때문에 지도 한 장만 있으면 어디든 쉽게 찾아 다닐 수 있다. 특히 시내를 운행하는 트램을 이용한다면 멜버른 주요 관광지 어느 곳이든 쉽게 갈 수 있다. 그 중 멜버른 시가지를 정방형으로 감싸고 도는 붉은색의 시티서클 트램은 관광용이라 무료로 운행되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매 10~15분마다 시내를 한 바퀴씩 도는데 약 30분이 걸린다.
멜버른에 갔다면 인근 대자연의 명소들을 꼭 들러봐야한다.그중에서도 특히 세계 10대 관광명소 중의 하나인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12사도상은 압권이다.
멜버른 관광의 시작은 페더레이션 광장(Federation Square)에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 광장 지하에 있는 멜버른 여행객 센터(Melbourne Visitor Centre)는 멜버른과 빅토리아주에 대한 방대한 여행자료를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레이트 오션 로드나 필립 아일랜드 등으로 가는 각종 투어 프로그램을 예약할 수 있다.
광장 맞은편에 있는 노란색의 플린더스 스트리트 기차역 (Flinders Street Station)은 1854년 호주에서 최초로 기차가 출발한 곳으로 역사 정문의 시계탑은 시민들에게 대대로 내려오는 만남의 장소다. 오늘날 수많은 여행객들의 사진 속에 반드시 등장하는 멜버른 여행의 상징물이다.
도시 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전망대 투어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도시 풍경은 그 도시만의 특징을 한눈에 보여주며 처음 도시를 방문했을 경우 방향 감각도 익히게 해준다. 멜버른 유일의 전망대인 유레카 스카이 덱 88은 멜버른에서 가장 높은 유레카 타워 88층에 있다. 특히 투명 유리 큐브가 건물 밖으로 서서히 미끄러져 나가는 스릴만점의 디 엣지(The Edge)가 인기 있는 체험거리다.
페더레이션 광장, 플린더스 역에서부터
또 문화 예술의 도시인 만큼 박물관이나 갤러리 투어도 해 볼 만하다. 야라강 주변의 아트센터는 하늘 높이 솟은 뾰족한 첨탑으로 금방 눈에 띈다. 멜버른 최고의 예술공연장인 이 곳은 사교와 문화의 중심이기도 하다. 아트센터 바로 옆에는 빅토리아 국립미술관이 있다. 이 미술관은 호주 애보리진 예술에서부터 피카소, 모네, 세잔 등 유명 현대 예술가들의 작품을 무료로 전시하고 있다.
멜버른박물관은 호주 최대의 박물관으로 원주민의 역사는 물론 오늘날 호주의 다문화적 정체성을 보다 창의적인 방식으로 관객에게 보여주고 소통하고 있는 흥미진진한 지적 체험의 장이다.
멜버른은 아름다운 정원으로 정평이 나있다. 19세기 풍의 멋진 정원 안에 이국적인 식물들과 호주산 식물들을 모아 놓은 왕립식물원은 세계에서 가장 멋진 정원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으며, 호주 대륙을 처음 발견한 쿡 선장의 생가가 복원돼 있는 피츠로이 정원은 시민들 가까이에서 쉼터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근교 신비한 대자연 체험장 ‘수두룩’
멜버른의 세련된 도시 문화를 마음껏 즐겼다면, 대자연의 신비가 살아 숨 쉬는 근교로 떠나보자.
멜버른에서 1시간 30분 정도를 차로 달리면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거슬러 온 듯 황금의 꿈으로 가득 찼던 19세기 호주를 만날 수 있다. 골드 러시의 중심지였던 밸러랫의 소버린 힐(Sovereign Hill)은 19세기 금광촌의 모습과 그 시대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재현해 놓았다. 빅토리아 양식의 건축물, 뿌연 먼지를 날리며 달리는 마차, 19세기 옷을 입은 사람들을 만나며 과거 꿈으로 가득했던 일상을 경험하게 된다.
금광에 들어가 당시 금 채굴 과정을 살펴본 후, 그 옆의 개울에서 직접 사금을 채취할 수도 있다. 운 좋게 금을 발견하면 자기 것이 된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 또한 빼놓지 말아야 할 필수 관광 코스. 빅토리아주 남동쪽에 위치한 214킬로미터의 이 해안도로는 세계적으로 가장 장대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곳 중의 하나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하는 세계 10대 관광명소’ 중 하나로 꼽힌다. 백미는 12사도상으로 10분 남짓한 헬기투어를 꼭 해보도록 하자.
호주 생태관광의 대표적인 목적지인 필립 아일랜드에서는 왈라비, 코알라, 바다표범과 같은 호주 야생 동물을 만날 수 있다. 특히 해가 지면, 키 30센티미터의 세상에서 가장 작은 펭귄인 ‘리틀 펭귄’들이 사냥을 마치고 바다에서 보금자리로 돌아오는 ‘펭귄 퍼레이드’가 매일 밤 열린다.
이 밖에 100년 넘은 증기 기관차를 타고 단데농 숲 속을 달리는 ‘퍼핑 빌리’증기 기관차 체험이나 호주 최고의 와이너리 중 하나인 야라 밸리 투어도 추천할 만하다.
에코 투어리즘의 보고인 필립 아일랜드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리틀 펭귄들의 귀여운 행렬을 보는 ‘펭귄 퍼레이드’다. 멸종 위기 종인 리틀 펭귄들이 해가 진 후 어둠을 틈타 바다에서 그들의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이 행사를 보기 위해 매일 밤 수백 명의 관광객들이 찾아온다.
입장료와 기념품 판매 수익 전액은 모두 펭귄들의 보호 기금으로 사용된다. 환경 및 야생동물 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기 위해 본격적인 펭귄 퍼레이드가 시작 되기 전, 전문 레인저의 동행으로 펭귄 서식지와 해변 등을 돌아다니며 펭귄의 생태와 생활 환경, 펭귄 퍼레이드의 의의 등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는다. 레인저 투어를 마치면 수료증도 발급해 준다. 투어 중 플래시가 터지는 카메라 촬영은 엄금이다.
▶ 세관 신고 세관 통과가 아주 까다로운 국가 중 하나다. 음식물, 동식물, 의약품 등은 반드시 신고를 해서 반입 가능 여부를 확인 받아야 한다. 특히 음식물에 대한 반입이 까다로워 제조업체에서 진공 포장하지 않은 음식물은 반입이 대부분 불가능하다. 김, 김치 등은 꼭 시중의 진공 포장된 것으로 고르고 밤은 아예 반입이 불가능하므로 유의하자.
▶ 치안 대단히 안전한 편이나 야간에 인적 드문 공원이나 해변을 혼자 돌아다니는 일은 삼가는 것이 좋다.
▶ 교통 유료 트램을 이용하고자 할 때는 원하는 구간의 카드를 구매한 후 반드시 트램 안에 있는 녹색 검표확인기에 넣어 승차를 신고해야 한다. 무임 승차나 표를 샀더라도 승차신고를 하지 않으면 수시로 다니는 티켓 검사관에게 의심을 사 수십 배의 벌금을 물게 된다. 통행 방향이 한국과는 반대이므로 길을 건널 때는 오른쪽을 먼저 살피도록 한다.
▶ 일광 햇볕이 매우 강렬해서 자외선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항상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선글라스를 껴서 눈을 보호하도록 하자.
▶ 쇼핑 일반적으로 상점은 월~금요일에는 오후 5시 30분에서 6시면 문을 닫는다. 단, 매주 목요일은 쇼핑 데이로 대부분 오후 9시까지 영업한다.
▶ 팁 팁 문화가 없다. 따라서 호텔이나 식당 종업원, 택시 운전사 등에게 팁을 주지 않아도 무방하다.
▶ 음주 허가가 난 가게에서만 판매하며 18세 이하에게는 엄격하게 판매가 금지된다. 또한 길거리에서 음주를 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으며 마시고자 한다면 술병을 종이로 싸서 가리고 마셔야 한다. 특히 금주지역(Alcohol Free Zone)이라고 적혀있는 곳에서는 절대 마셔서는 안 된다.
▶ 마끼 일본식 김 말이로 최근 인기 급상승 중. 가격도 저렴하고 간편하기 때문에 직장인들의 점심 식사 또는 간식거리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 카푸치노와 라떼 한 잔 세계에서 커피 소비량이 가장 많은 도시답게 수준급의 바리스타를 갖춘 카페들이 독특한 감각으로 만들어내는 커피는 맛과 향이 획일화된 여느 전문점과는 확연히 비교된다. 특히 플린더스 레인을 사이에 두고 있는 센터 플레이스와 디그레이브스 스트리트는 카페 문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와플에 커피를 곁들인 브런치도 일품이다.
▶ 츄러스 스페인식 간식인 ‘츄러스’는 입맛에 따라 여러 토핑을 올려 먹기도 하며 초콜릿이나 크림을 찍어 먹기도 한다. 여행하다 피로가 몰려와 잠시 쉬고 싶을 때, 츄러스에 달콤한 초콜릿을 듬뿍 찍어 먹어보자. 기분 전환과 함께 여행의 피로가 싹 가실 것이다.
▶ 트램카 레스토랑 멜버른의 아름다운 거리를 관광하면서 호주 정통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진한 자주 빛에 콜로니얼 시대의 실내 장식과 분위기는 로맨틱한 분위기와 함께 잊지 못할 감동. 하루 총 3회 점심과 이른 저녁, 저녁시간에 운영을 하며 예약 필수. 크라운카지노 옆 125번 트램 정류장 앞에서 출발한다.
▶ 유기농 제품 호주에서 유기농은 하나의 트렌드가 아니라 이미 생활의 일부분이다. 순도 높은 천연 추출물을 바탕으로 한 화장품이나 생활용품은 한국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특히 아기용품이나 보습을 중심으로 한 스킨케어 제품은 좋은 선물이 될 수 있다.
▶ 해변, 스포츠 용품 호주인들은 조깅, 사이클, 수영, 서핑, 테니스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긴다. 따라서 각종 운동 장비에서부터 비치웨어와 운동복, 가방이나 장갑과 같은 액세서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포츠 관련 제품을 구경하고 구입할 수 있다. '
▶ 빈티지 실내용품 멜버른은 우아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빈티지 스타일 인테리어 소품이나 주방 용품 등을 구입하기에도 그만이다. 특히 브런즈윅이나 스미스, 채플 거리 등에는 이러한 제품을 구입하기 좋은 상점들이 즐비하다. 잘 살펴보면 저렴한 상품들도 한 켠에 마련돼 있다.
색다른 즐거움 값진 추억 ‘톡톡’
멜버른에서는 무료 교통 수단인 ‘시티서클 트램’과 ‘투어리스트 셔틀 버스’만 잘 활용해도 주요 관광명소는 충분히 돌아볼 수 있지만 색다른 관광법을 이용하면 더욱 멋진 추억을 얻을 수 있다.
▶ 마차로 떠나는 고전여행 2~4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하는 시티 투어다. 고급스런 왕실마차에서부터 역마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데, 유럽풍의 고풍스런 거리를 옛날식 마차를 타고 돌아보는 것은 색다른 즐거움이 될 수 있다. 시간과 코스는 관광객이 원하는 대로 운행해 준다. 30분~ 1시간 시내를 한 바퀴 도는데 마차 종류에 따라 25~50 호주달러 정도. 예약은 멜버른 관광안내센터나 스완스톤 스트리트 마차 승차장에서 한다.
▶ 자전거 여행 멜버른을 자전거로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시민들의 주요 교통 수단의 하나가 자전거인 만큼 자전거 도로도 발달돼 있다. 세인트 킬다까지도 자전거로 돌아보기 어렵지 않을 만큼 주요 관광지가 비교적 밀집해 있어 자전거는 보다 신속하게 구석구석 누비는 방법이 될 것이다.
▶ 뒷골목 투어 멜버른을 제대로 보려면 화려한 외양의 큰 거리보다는 큰 길에서 벗어나 미로처럼 얽혀 있는 뒷골목을 따라다니며 베일에 가려져 있던 멜버른의 매력을 보물찾기 하듯 찾아 보아야 한다. 멜버른 여행객 센터에 비치된 각 골목별 리플릿을 이용하거나 빅토리아주 관광청 안내 책자를 이용하면 어렵지 않다. 그 밖에 ‘히든 시크릿 레인스 & 아케이드 투어’는 전문 가이드가 동행, 각 골목과 가게에 얽힌 이야기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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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청소년기에 한번 멜버른을 방문했는데, 그 기억이 어렴풋하지만 시드니에 비해 훨씬 도회적인 느낌이 강했던 것 같다. 최근에 멜버른에 다녀온 후에서야 예전의 기억이 멜버른의 일부만을 경험한 토대에서 출발했음을 알았다. 그만큼 멜버른은 다양한 모습과 분위기를 갖추고 있다.
실제로 멜버른은 호주에서 문화, 예술, 미디어 그리고 스포츠 등의 중심지이며, 삶을 영위하는데 세계에서 최고로 꼽히는 도시 중의 하나다.
세계 여러 나라를 방문하다 보면, 보통 유명한 자연환경이나 풍경 보기, 아니면, 우리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물인 도시라는 그릇과 그 안에 담긴 각각의 다양한 건축물들의 내·외부를 경험하게 된다. 멜버른을 포함한 호주의 도시를 걷다 보면, 영국 도시들과 유사하지만 뭔지 모를 작은 차이들을 느끼곤 한다. 그것은 마치 우리나라에서 신도시를 걷고 있는 듯한, 즉 서울에 있는 건축물의 다양한 시간성을 배제하고, 주로 신도시가 형성될 때 그 원본이 되는 도시에서 가장 유행하는 양식으로 건설된 듯한 점으로, 멜버른의 경우 빅토리아 양식이 주조를 이룬다.
빅토리아 양식이 주조
하지만 멜버른이 그 와중에서도 유럽 도시들과 그리고 호주의 여타 도시들과도 차별화되는 이유는 이 도시의 환경이 비교적 보다 새롭고 실험적인 장소나 건축물을 짓기 용이한 점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아주 최근작은 아니지만, 실험적인 건축물인 동시에 장소성을 가진 두 건물을 살펴보기로 한다.
페더레이션 스퀘어(Federation Square) : 1997년 전세계 건축가를 대상으로 공모한 결과 호주의 젊은 건축가 그룹인 랩 아키텍처 스튜디오(Lab Architecture Studio)의 안이 당선됐고, 2002년에 개장했다. 이 프로젝트는 당선 직후부터 말이 많았다. 멜버른 사람들은 대부분 복잡해 보이고 못생겼다는 불평들을 했다.
여기서 잠깐! 1990년대 전세계를 강타한 건축 유행이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해체주의, 즉 쉽고 단순하게 얘기해서 성냥갑, 질서, 규범, 논리 등등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사고하는, 우연 또한 필연일 수 있다는 태도를 가지는 건축의 입장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 그런 당시 최첨단의 사유 방식의 품에서 탄생한 이 디자인이 낯설지 않았다면 도리어 이상했을 것이다.
낯설고 복잡한 최첨단 프로젝트
어쨌든 새로움은 반발을 동반할 수밖에 없는 것, 그러나 멜버른 시민들이 자꾸 바라보다 보니 지금은 익숙해져서 명물이라 여겨지게 됐다. 디테일로 들어가 보면 건물의 껍데기는 유리창이 있고, 그 외부에 또 하나의 가벽이 있는 이중 스킨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바로 직삼각형들로 이루어진 타공철판의 천국이라….
이런 모든 것을 제쳐두고서라도 페더레이션 스퀘어가 명물이 될 수 있는 까닭은 우선 무료 무선 인터넷이 가능해 그 광장 어디서든지 방문자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고, 규정되지 않은 장소성 덕에 수없이 다양한 형태의 이벤트가 행해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석양이 질 무렵 다시 방문한 페더레이션 스퀘어는 석양을 함께 바라보는 친구들과 연인들, 스크린을 바라보고 환호하는 사람들, 그리고 외부 카페에서 야라강을 바라보며 차와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서던 크로스 스테이션(Southern Cross Station) : 역이라는 곳은 다음 장소를 위해 지나쳐버리거나 교체하는 곳이다. 이 역은 니콜라스 그림쇼(Nicholas Grimshaw)라는 하이테크 건축가가 지었다. 그가 선택된 이유는 영국인이라는 것 외에도 기계적인 이미지의 공간을 부드럽게 소화할 만한 제작자이기 때문이었다.
건물의 물결치는 지붕 자체가 아래에서 액체처럼 움직이는 승객들의 움직임을 반영하는 동시에 자연 환기를 시키는 공학적 기술을 드러내는 듯 감추고 있어 대부분의 승객들은 그 무엇을 느끼거나 인식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곳에서 잠시 멈춰 서면 비로소 공간이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전에는 그냥 움직였으니까 말이다.
승객의 움직임을 반영한 지붕
두 장소와 건축물들은 세계 도시로서 멜버른의 의지를 보여주는 공간적 표현이다. 두 곳 모두 중심지의 바로 외곽에 위치하며, 보다 넓은 영역들, 야라강과 그 주변의 산책로들, 그리고 버려졌던 공업단지의 부활로서의 사우스뱅크 등등과 연계돼 공간적으로 규정된 시내 중심지의 확장을 꾀하는 인식적·장소적·건축적 결과인 것이다.
여행을 하면서 모든 상황을 자유롭게 받아들이게 되는 이유는 바로 거기서 내가 생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그 무엇도 익숙하지 않고 당연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익숙한 곳에서도 낯선 관점을 가진다면 자유로운 여행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문 훈 / 건축가·문훈건축발전소 대표>
출처 : 대한항공 스카이뉴스 100419 현재
출처 : 종, 그 울림의 미학
글쓴이 : 하늘빛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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