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동남쪽 연안에 위치한 이스라엘은 고대 문명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나라다. 신비로운 자연환경과 유적지 등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데 온난한 지중해성 기후로 겨울에도 따뜻해 특히 한국에서 기독교나 천주교 성지순례를 위해 떠나는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봄의 언덕’을 뜻하는 텔아비브는 이스라엘의 상공업 중심지이자 문화의 도시다. 교통의 요지이기도 해 이스라엘 각 지역으로 버스나 기차편이 잘 연결돼 있다. 도심에서 차로 약 40분 거리인 벤구리온 국제공항은 70개국 340여 노선을 오가는 항공기들로 언제나 번잡하다.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텔아비브는 유대인 최초의 도시로 1909년 고대 항도인 욥바(Jaffa) 근처에 생겨났다. 도시명은 1910년에 정해졌다. 이후 1948년 5월 14일 이스라엘 정부가 이 곳에서 독립을 선포했으며 이듬해인 1949년까지 이스라엘 정부의 임시 수도가 되기도 했다.
‘봄의 언덕’이란 뜻
1950년 인근의 욥바가 텔아비브에 병합되며 더욱 큰 도시로 발전했다. 텔아비브는 이스라엘의 두 번째 주요 도시지만 종교적인 유적지는 거의 없다. 대신 지중해를 끼고 잘 단장된 공원과 해변, 정갈한 박물관, 음악회장과 연극공연장, 고급 호텔들과 식당, 세련된 상점 등이 있어 자연을 즐기며 산책과 오락, 쇼핑을 하기에 적합하다.
또 현대적인 도시답게 이스라엘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여러 갤러리는 물론 공공 장소에도 수많은 조각들이 세워져 있어 도시 전체가 옥외 미술관 같다. 여름철에는 지중해 해변이 생활의 중심을 차지하는데, 관광객들과 현지인들이 낮에는 모래, 태양, 그리고 물을 즐기러 오고 밤에는 항구에서 욥바까지 해안을 따라서 늘어서 있는 술집들을 즐기러 온다.
해변에 있는 식당과 카페, 술집에서는 해산물과 토속 이스라엘 음식부터 아이스크림과 초콜릿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옥외 미술관 같은 도시
옥외 미술관 같은 도시
텔아비브는 노는 것을 좋아하는 관광객들에게 안성맞춤인 곳이다. ‘멈추지 않는 도시’라고 불릴 만큼 새벽부터 황혼까지, 그리고 황혼부터 새벽까지 많은 즐길 거리들이 이어진다. 바닷가의 좋은 식당에서 낭만적인 일몰을 즐기고 저녁에는 연극이나 음악 공연, 한밤중에는 영화를 보고 뒤풀이로 술을 마시거나 새벽까지 춤을 추고 놀 수 있다.
텔아비브의 활기찬 밤 문화는 이스라엘의 새로운 문화 형태가 됐다. 이 도시가 가진 다양한 문화적 장소들은 감동 그 자체다. 음악 클럽들과 댄스 파티에서는 세계적인 DJ들이 다양한 음악을 선사하고, 수많은 공연장에서는 음악, 영화 그리고 공연 예술 축제와 거리 쇼 등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야드 하루짐(Yad Harutzim)은 대형 술집과 클럽 등이 많은데, 보통 자정 무렵부터 밤새 영업한다. 리린블럼(Lilinblum)과 나하랏 빈야민(Nahalat Binyamin-Rothchild Quaters)은 이 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밤 문화지역. 역시 오래된 거리 디젠고프(Dizengoff)와 벤 예후다(Ben Yehuda)에도 독특한 밤업소들이 많다.
텔아비브에서 꼭 들를 만한 가치가 있는 특별한 지역을 들라면, 그림 같은 항구로 예술가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구 도시 욥바(Jaffa), 텔아비브에서 가장 오래되고 또한 색깔이 화려한 많은 예술가들의 고향인 네베 쩨덱(Neve Tsedek), 그리고 많은 예술 전시관이 있는 고돈 거리(Gordon Street)를 꼽을 수 있다.
네베 쩨덱은 텔아비브 최초의 유대인 거주 지역으로 작고 역사적이며 그림과 같이 아름다운 집들이 모여 있다. 한가로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좁은 길을 따라 거리를 걷다 보면 양쪽에 작은 카페와 술집들이 눈길을 끈다. 텔아비브의 남쪽에 있는 플로렌틴(Florentin) 지역은 주로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 이 거리는 많은 종류의 술집, 카페, 그리고 음식점들로 북적이며, 간편한 복장으로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기에 적합하다.
텔아비브 항구는 텔아비브의 센트럴 파크라고 할 수 있는 광활한 하야콘 파크 서쪽 끝에 있어 해안 호텔에서 접근하기 좋다. 무엇보다 무선 인터넷이 가능해 업무상 출장자들이 산책로에 앉아 카페라떼를 마시며 일을 하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올빼미 족들은 디스코텍으로 몰려들고, 현대 이스라엘 재즈를 새벽까지 즐긴다. 항구의 자갈길에서는 토요일마다 골동품시장이 열리고, 고미술품 박람회를 비롯해 야외 페스티벌과 행사가 자주 열린다.
욥바는 그 자체로 의미 있는 곳. 한 폭의 그림 같은 항구만으로도 벅찬데, 맛깔스런 생선 전문 음식점들로 인해 맛있는 여행을 할 수 있다. 또 유대 민족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과 커피숍, 음악과 술이 물처럼 흐르는 댄스 바와 술집이 있으며, 젊은 예술가들을 소개하는 화랑과 유명한 미술가들의 작품을 보여주는 미술관도 많다.
욥바, 네베 쩨덱, 고돈 거리 꼭 볼 것
국내외 음악가들의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콘서트홀, 아늑한 휴식공간인 공원 등은 남쪽의 플로렌틴 지역부터 도시 중심부의 쉔킨 거리를 지나 북쪽의 텔아비브 항구까지 펼쳐진다. 저녁 시간대에 갤러리, 공예품점, 나이트 클럽과 음식점들이 즐비한 옛 시가지 주변을 둘러보길 권한다. 이 곳 벼룩시장도 값싸고 좋은 물건이 많다고 소문이 나있다.
가볼 만한 주요 관광지 중 으뜸은 뭐니 뭐니 해도 단연 예루살렘이다. 종교와 영적 체험, 흥분과 기쁨, 흥미로운 여행과 즐거운 모험을 약속하는 도시로 매혹적인 유적지와 함께 문화와 예술, 연극, 음악, 건축 애호가나 미식가들이 좋아할 현대적인 관광지가 부지기수다.
예수 그리스도가 이곳에서 살다 돌아가셨기 때문에 기독교인들에겐 최고의 성지이기도 하다. 기독교 지역에만도 종교 건물(교회와 수도원, 순례자 호스텔)이 40여 개나 된다. 가장 눈에 띄는 중요한 곳은 예수가 감옥에서 골고다 언덕으로 끌려가 십자가에 못박힌 ‘비아 돌로로사(슬픔의 길)’다. 많은 순례자들이 예루살렘에 와서, 무슬림 지역에 있는 사자의 문에서 시작해 십자가의 길 14곳을 지나 성분묘교회에 이르는 행로를 통해 예수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골고다 언덕에 위치한 성분묘교회는 전세계 기독교인의 대표적인 순례지다.
전세계 기독교인의 최고 순례지 예루살렘
예루살렘의 중심지는 성벽으로 둘러싸여 유대인 지역과 아르메니아 지역, 기독교 지역, 무슬림 지역 등 4개 지역으로 구분된다. 성벽 안에는 유대인의 성지인 통곡의 벽과 성분묘교회, 성전 산에 있는 바위의 돔 등 3대 종교 성지가 자리한다. 통곡의 벽에는 수백만 명의 신도가 방문하는데 큰 돌 틈마다 절실한 소원이 담긴 쪽지가 끼워져 있다.
하이파는 이스라엘에서 세 번째로 크고 가장 아름다운 도시다. 이스라엘에서 가장 큰 항구와 활기찬 해변이 있고, 천연 자연을 잘 보존하면서도 현대와 고대 지역들은 물론 기독교회와 회교사원들까지도 어우러져 눈길을 끈다. 마론파 교회와 예언자 엘리야에게 헌정된 갈멜 수도회 교회는 물론 쿠르 가톨릭 학교, 유명한 스텔라 마리스 갈멜회 수도원도 이 곳에 있다. 또 바하이교 신앙의 월드 센터도 있다. 바하이 월드 센터는 그 안에 만든 웅장한 정원으로 유명하다.
마사다 요새는‘사해문서’가 발견된 쿰란 남쪽 51킬로미터 지점에 있다. 하스몬 가의 지배자가 축조해 기원전 35년에 유다의 헤롯 왕이 개축하고 뒤에 로마군 주둔지로 사용됐다. 66∼73년 제1차 유다전쟁의 최종기에 E. 벤 야이르가 부녀자를 포함한 960명의 열심당원을 데리고 이 요새를 거점으로 로마군에 민족적 항쟁을 계속했고, 예루살렘이 함락된 후에도 저항을 계속하다가 투항하지 않고 전원 집단 자살한 곳으로 유명하다.
엔게디는 사막의 오아시스, 에일랏은 휴양도시
엔게디는 사막의 오아시스이며 황야의 푸른 정원이다. 이스라엘에서 가장 재미있는 곳 중 하나로 야생의 자연 환경을 태고의 전경, 역사와 고고학, 매력적인 관광, 그리고 온천과 결합해 놓았다. 5천 년도 더 전에 이 곳에 살았던 주민들의 유적은 유대인의 역사 경계표 역할을 해왔다. 다윗이 사울 왕에게 쫓길 때 이곳으로 피했고 모반자들도 예루살렘에서 이 곳으로 피신했다. 귀중한 감 기름과 희귀 향수들을 생산하고, 신전과 회당들을 건립하며 유대인의 거점을 강화했다.
이곳 건강 온천의 명성은 세계적이다. 전세계로부터 관광객들이 와서 뜨거운 샘, 광천수, 그리고 진흙 목욕을 하고 사막의 기후를 즐기거나 또 사해에 몸을 담근 채 건강에 좋은 브롬화물이 가득한 공기를 호흡하기도 한다.
에일랏은 이스라엘 최남단에 있는 이름난 휴양 도시다. 사계절 따뜻해 다양한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많은 호텔들이 해변에서 걷거나 차를 타고 금방 갈 수 있는 곳에 위치한다. 각 호텔에는 수영장은 물론 레스토랑, 클럽, 술집 및 유흥 센터까지 인근에 있어 편리하다. 홍해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쿠버다이빙 장소 중의 하나로 그 일부가 이곳 에일랏에 있다. 에일랏만은 ‘산호초 생태 보존구역’으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북쪽에 있고, 이스라엘에서 유일하게 산호를 볼 수 있는 해안이다. 바다로부터 고립된 지형 조건으로 독특한 야생 해양동식물이 서식한다. 스노클링과 스쿠버다이빙으로 물고기와 산호초를 감상하려면 다이빙 클럽에서 프로선수로부터 간단한 교육을 받으면 된다.
<자료 협조=이스라엘관광청 www.goisrael.kr>
텔아비브에서 가장 유명한 갈멜시장은 중동에서 가장 큰 노천시장으로 유대인, 아랍인, 백인 등이 다양한 농축산물과 생활용품을 판매한다. 농축산물이 특히 신선해 지역 주민은 물론 지중해로 놀러 온 피서객들도 많이 찾는다.
주말에는 벼룩시장이 열리는데 다채로운 액세서리와 공예품 등이 거래된다. 또 악기를 연주하거나 서커스를 하는 사람들도 있어 흥겨운 장터 분위기를 연출한다. 시장 입구에서 파는 중동지역 과일을 그대로 압착한 생과일 주스는 피로회복에 그만이니 꼭 마셔 보도록.
갈멜시장에서 가까운 나하랏 빈야민 거리도 꼭 가보자. 이곳에는 옷 가게와 신발 가게가 특히 많다. 유행을 따르는 젊은 이스라엘 남녀들을 보노라면 서울의 명동거리가 연상된다.
▶ 비자 성지순례나 관광 목적일 경우 비자 없이 3개월 동안 체류할 수 있으나 여권 유효기간이 3개월 이상이어야 한다. 이스라엘 여행 후 이들과 적대적인 이란이나 이라크, 시리아 등으로 입국할 경우 거부되기 쉬우므로, 이스라엘 공항에서 여권에 입국 도장을 찍지 않도록 한다. 이스라엘 입국장 카운터에 말하면 된다.
▶ 입·출국 이스라엘은 출국 수속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다른 나라 공항에서는 그냥 탑승권을 받지만 벤구리온공항에서는 보안검사를 먼저 거쳐야 한다. 체류기간과 한 일, 모르는 물건을 전해 달라고 부탁 받은 적이 있는지, 가방은 본인의 것인지, 계속 들고 다녔는지 등을 묻는다. 이상이 없으면 짐에 확인 스티커를 붙여 주는데, 엑스레이 투시에서 이상한 점이 있으면 스티커가 있어도 가방을 열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니 최소 3시간 이전에 공항에 나가는 게 좋다.
▶ 코셔법(Kosher Laws) 유대교 율법에 부정한 음식으로 여겨지는 돼지고기, 조개류나 오징어 등 비늘과 지느러미가 없는 생선 등이 금지되며, 육류와 유제품을 함께 먹거나 같은 그릇에 담지 못하게 돼 있다. “코셔를 지킵니다(We are on Kosher)”라고 쓰여 있는 식당에서는 이 규정대로 음식을 제공한다.
▶ 입·출국 이스라엘은 출국 수속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다른 나라 공항에서는 그냥 탑승권을 받지만 벤구리온공항에서는 보안검사를 먼저 거쳐야 한다. 체류기간과 한 일, 모르는 물건을 전해 달라고 부탁 받은 적이 있는지, 가방은 본인의 것인지, 계속 들고 다녔는지 등을 묻는다. 이상이 없으면 짐에 확인 스티커를 붙여 주는데, 엑스레이 투시에서 이상한 점이 있으면 스티커가 있어도 가방을 열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니 최소 3시간 이전에 공항에 나가는 게 좋다.
▶ 코셔법(Kosher Laws) 유대교 율법에 부정한 음식으로 여겨지는 돼지고기, 조개류나 오징어 등 비늘과 지느러미가 없는 생선 등이 금지되며, 육류와 유제품을 함께 먹거나 같은 그릇에 담지 못하게 돼 있다. “코셔를 지킵니다(We are on Kosher)”라고 쓰여 있는 식당에서는 이 규정대로 음식을 제공한다.
▶ 안식일 매주 금요일은 안식일이라 거의 모든 상점이나 레스토랑 등이 쉰다. 잘못되면 굶을 수도 있으므로 먹을 것을 사전에 구입하거나 문을 여는 음식점을 미리 파악해 놓아야 한다.
술에 대해 관대…새벽까지 음주 즐겨
기독교 성지인 이스라엘 관광에 술 이야기는 이상하겠지만 적어도 텔아비브만큼은 개방적인 음주 문화를 갖고 있다. 이스라엘인들이 애주가는 아니지만 알코올 음료들에 비교적 관대하고 또 즐기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술은 술집이나 슈퍼마켓 또는 식료품점에서도 살 수 있다. 술집은 저녁 8~9시에 문을 여는데, 대부분의 이스라엘인은 밤 10시 정도에 술집에 가 새벽까지 즐긴다. 술은 18세 이하에게는 팔지 않는다.
술집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마실 수 있다. 마카비와 골드스타는 이스라엘 대표 맥주이고, 그 밖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맥주들도 판다. 최근에는 와인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와인 산업이 크게 발전했다. 일부에서는 고급 와인을 생산, 수출하기도 한다. 와인 애호가들은 이런 양조장을 방문, 와인을 맛보거나 성공한 지역 산업으로 발전상을 배우기도 한다. 또 모든 레스토랑에서는 와인을 취급하며, 잔, 혹은 병 단위로 판매한다.
약 750만 명이 사는 나라 이스라엘은 국토 면적은 작지만 매우 다채로운 문화를 가졌다. 동서가 만나고,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며, 이념이 생활양식을 형성해 주는 곳이다. 이 나라 경제와 산업의 중심지인 텔아비브는 문화와 예술의 용광로이기도 하다. 특히 다채로운 건축물로 유명해 200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 주인공은 화이트 시티와 기하학적인 건축미를 자랑하는 바우하우스다.
현대 건축·디자인에 큰 영향을 미친 바우하우스 양식은 1919년 건축가 빌타 그로피우스를 중심으로 한 독일 바이마르에 설립된 국립 조형 학교에서 시작됐다. 그로피우스는 학생들에게 완벽한 작업환경을 만들어주면서 모더니즘 건축의 정수를 구현토록 독려했다. 그래서 바우하우스 건물들은 집이나 회사, 예술공간 등 건물이 갖는 모든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해진 원칙에 따라 충실하게 지어진다.
모더니즘 건물 중 가장 혁신적
바우하우스 건축양식은 공업 기술과 예술의 통합을 목표로 하여 큰 인기를 얻었으나 1933년 나치스의 탄압으로 폐쇄됐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숙련된 기술의 디자인을 근대 산업 기술과 조화시키는데 목적을 두고 구성요원들이 각지로 흩어져 이스라엘을 비롯한 유럽과 미국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바우하우스 건물들은 지금까지 존재한 모더니즘 건축물 중 가장 혁신적인 작품으로 남아있다.
텔아비브 시내의 로스차일드, 비알리크 그리고 디젠고프 거리에서 거리로 들어서면 흰색, 노란색 등으로 칠해진 독특한 건물들을 볼 수 있다. 이곳 주택가는 바우하우스 양식의 건축물들로 해질 무렵에는 태양빛을 받아 은은한 빛깔을 자아낸다. 이 건물들은 무더운 지중해 기후와 도시의 불안정한 대기에 적합한 전형적인 이스라엘 스타일로 변형된 것들이다.
단순한 사각형 모양의 화이트 빌딩은 다양한 기하학적 모양에서 비대칭적인 독특한 미를 추구한다. 사각형의 창문, 평평한 지붕 그리고 큰 기둥을 따라 형성된 둥근 테라스들이 그렇다. 보통 건물보다 천장이 높고 방은 크며, 큰 창문을 통해 바깥 풍경을 즐기고 유쾌한 저녁 산들바람을 맞을 수 있다. 이스라엘의 전통적인 따뜻한 환경으로 이 집들의 테라스는 거리를 지나가는 친구뿐만 아니라 주민 및 그들의 이웃을 위한 만남의 장소 역할을 한다.
외부인들까지 배려한 설계
텔아비브의 예술 공연장들도 바우하우스 건축양식의 영향을 받았다. 골다 메이어 센터는 최근 지어진 텔아비브의 자랑스런 건물이다. 다른 바우하우스 건축물처럼 흰색의 외벽과 최대한 빛을 받아들이는 통유리 등은 물론 내부의 색상 역시 건물의 다양한 기능에 따라 차별을 두었다. 통유리는 안에서 일어나는 활동을 외부에서도 잘 관찰할 수 있어 전시효과도 겸한다.
텔아비브 예술박물관은 이 도시에서 가장 큰 박물관으로, 고전과 현대 작품을 망라한 2만 개가 넘는 회화와 사진작품을 갖고 있다. 현대와 르네상스 시대의 유럽 미술과 흥미로운 인상파 미술 전시관, 그리고 근대의 미국 미술 등이 들어서 있는데, 박물관 앞 네모난 모양의 큰 건물에서는 대형 설치 미술과 조각 전시회가 주로 열리며 콘서트홀과 영화관 등 부속 건물도 있다.
콰질 언덕에 11개의 전시실로 꾸며진 에레츠 이스라엘 박물관과 팔레스타인 점령지구와 요르단을 연결하는 접경지대 철도역도 바우하우스의 영향을 받은 건물로 유명해 바우하우스를 연구하는 이들의 방문 대상이 되고 있다.
‘화이트 시티’는 텔아비브 중심에 위치한 흰색 또는 밝은 색 건물들이 유난히 많은 아름다운 주거 도시다. 20세기 초 혁신적인 도시계획의 모범 사례이자, 세계 최대의 국제주의 양식 건축물의 집중지라고도 부른다.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화이트 시티’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화이트 시티’
1930년대 나치스의 탄압을 피해 온 독일계 유대인 중에는 바우하우스 출신의 건축가들도 있었다. 이들은 당시 모래 언덕이었던 텔아비브에서 마음껏 재능을 펼쳐 유럽의 양식을 지중해와 사막 기후에 맞게 조정했고 가능한 많은 빛을 반사하기 위해 흰색 또는 밝은 색 건물을 많이 설계했다. 중동 지역의 무더운 열기와 빛을 최소로 하기 위해 유리창을 길고 좁게 만들었고 발코니는 그늘지게 지었다.
이렇게 해서 텔아비브를 발전시키려는 패트릭 게데스의 건설 계획에 따라 1930~50년대까지 바우하우스 건축양식이 많이 반영된 이 도시가 건설된 것이다.
독일에서 시작된 건축양식을 지중해를 낀 텔아비브의 특성에 맞게 건축하고 가능한 빨리 그리고 경제적으로 지어야 했던 바우하우스 건축물은 현재에 와서는 활기를 띠지 않는다. 이유는 가능한 많은 빛을 반사하기 위해서 외벽에 칠한 흰색, 노랑색 또는 밝은 색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쉽게 변색됐기 때문. 또한 미리 고려하긴 했지만 주거지인 경우 구조상 여름이면 내부가 몹시 더워 사람들이 건물 밖으로 피서를 나와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해서 1920~40년대 약 4천 채나 되던 바우하우스풍 건물이 지금은 약 1천500채 정도만 남아 옛 일을 회상하게 한다.
<허용선 / 여행 칼럼니스트>
출처 : 대한항공 스카이뉴스 이메일 091228
출처 : 종, 그 울림의 미학
글쓴이 : 하늘빛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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