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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러시아 모스크바

DRAGON 2010. 11. 15. 16:33

 
  
 
도심을 흐르는 모스크바강에서 그 이름을 딴 모스크바는 지금으로부터 850여 년 전인 1147년 역사 속에 처음 등장한다. 볼가강과 오카강 사이에 위치한 수운의 중계지로서 모스크바 공국의 수도가 되어 크게 발전했다. 18세기 표트르 대제가 수도를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옮긴 뒤에도 러시아의 수공업과 상업의 중심지 역할을 했고, 1812년 나폴레옹의 모스크바 입성 때 대화재로 도시의 대부분이 소실됐다가 러시아 혁명 후 다시 수도가 되어 소비에트 시대 정치, 문화, 경제, 교통의 중심지로서 급속히 발전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황실의 성채 크레믈린

원래 ‘성벽’이라는 뜻으로 적을 방어하던 진지를 갖춘 성채 ‘크레믈린’은 13세기 타타르족의 침입으로 불탔다가 15세기 이반 3세 때 오늘날과 같은 모습으로 재건됐다. 러시아의 힘을 대외에 과시하고자 이탈리아에서 건축가들을 불러들여 러시아 여행까지 시켜주며 독특한 양식으로 성당을 짓게 해, 오늘날 러시아 건축양식으로 일컬어지며 절정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우스펜스키 사원 등을 완공하게 된 것이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 10대 문화유산 중 하나인 크레믈린은 지금도 러시아의 대통령이 집무를 하는 곳이므로 우리나라로 비유하자면 경복궁 안에 청와대가 있는 것과 같다.

모스크바는 예술과 문학의 도시, 박물관의 도시다. 시내 곳곳은 유명한 인물들의 이름 천지. 길도 그렇고, 지하철 역도 그렇고, 박물관과 미술관의 이름들도 그렇다. 도시를 관통하는 ‘레닌스키’대로는 공산당 지도자였던 ‘레닌’, 국립대학 ‘엠게우’ 앞길 ‘로마노소프스키’ 대로는 그 설립자 ‘로마노소프’의 이름을 땄다, 각종 명품 브랜드 숍이 포진해 있는 ‘쿠투조프스키’대로는 장군 ‘쿠투조프’에서 땄고, 국민 시인 ‘푸슈킨’의 이름을 딴 것만 해도 3개이며 ‘톨스토이’ 관련 박물관은 4개나 된다. 뿐만 아니라 레닌역, 푸슈킨역, 체홉역, 쿠투조프역, 도스토예프스키역, 트레치야코프역 등등 지하철 역 이름도 많다.

도로에는 번쩍거리는 스파크를 일으키며 달리는 트람바이와 트롤리부스, 두 량짜리 버스 아프토부스들이 도로를 점령하며 느릿느릿 달리는가 하면, 순환 택시 같은 미니버스인 마르슈루트가 정해진 짧은 거리를 달린다. 꽃으로 한껏 치장해 결혼식이나 약혼식 등 특별한 날을 과시하는 길다란 멋쟁이 리무진, 속력과 곡예 운전으로 스릴을 즐기는 과격 모스크비치들의 차량, 꽉 막힌 시내에서 요란한 사이렌을 달고 갓길을 질주하거나 반대 차선으로 다니는 볼보. 그런가 하면 유리가 깨져 비닐과 테이프로 간신히 창문을 막고 달리는 러시아 국산 자동차 ‘지굴리’도 있다.
 
‘내 멋’에 산다 “에따 라씨아!”

남을 의식하지 않으며 자기 식대로 사는 곳이 모스크바다. 남의 처지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으니, 일견 냉정하게도 보이지만 일단 익숙해지고 나면 편하다. “에따 라씨아(그것이 바로 러시아)”니까.

세계의 역사와 문화를 언급할 때 반드시 방문해야 할 도시를 한 곳만 꼽는다면, 그것은 바로 모스크바라는 말도 있다. 굴곡이 심한 역사와 우여곡절의 세월을 견뎌 낸 이 도시의 역사적 장소들을 한 번 가보는 것만으로도 모스크바에 대한 새로운 견해를 갖게 될 것이다.
 

  
 
러시아의 첫날 저녁은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에 있어야 한다. 끝없는 부조화가 멋진 조화를 이루어내는, 전설적인, 역사와 정치, 지리와 문화의 모든 것이 이곳에 집결돼 있기 때문이다. 약 7만3천 평방미터에 달하는 붉은 광장은 바닥에 검은 돌이 깔려있는데, 러시아어의‘붉은(크라스나야)’과 ‘아름다운(크라스느이)’의 어원이 같아서 원래는‘아름다운 광장’이라 불렀으나 ‘붉은 광장’으로 잘못 번역, 오늘날의 명칭이 됐다고 한다.

먼저 광장 입구 바닥에 있는 모스크바 도로의 시발점에서 행운의 동전 던지기를 한 후 역사박물관 건물 바깥쪽의 기념품 가게를 지나 굼백화점을 보며 붉은 광장을 거닐어 본다. 광장의 끝까지 도달하면 유명한 성 바실리 성당이 기다리고 있다.
 
도로 시발점에서 ‘행운의 동전 던지기’부터

폴란드로부터 러시아를 지켜낸 미닌과 포자르스키 대공의 조각상을 감상한 후 최근 보수를 끝낸 바실리 성당의 내부를 구경한다. 좁은 회랑을 따라 이리저리 층계를 올라가 보면 내부의 그림들이 하나 하나 정교하고 아름답게 재도색된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은 굼으로 들어간다. 러시아의 각종 수공예품을 비롯, 세계의 명품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는 굼은 3층 건물로 지어졌으며 아름답게 단장된 분수 광장이 1층 곳곳에 있다.

다시 광장 입구로 나와서 운이 좋다면 레닌 영묘를 관람할 기회도 있을 것이다. 영원히 불타오르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전사한 군인들을 위한 ‘무명용사를 위한 불꽃’을 지나 크레믈린으로 들어가는 표를 사러 가는 담장을 따라 각양각색의 꽃으로 잘 가꾸어진 ‘알렉산더의 정원’을 지난다.

입구에서 각종 공연이 열리는 ‘크레믈린 궁전’을 지나 ‘이반 대제의 종루’를 비롯해 러시아 정교 사원인 ‘우스펜스키’ 성당을 비롯한 황금 양파머리 건축물들을 감상한 후 무기고로 간다. 이 때 크레믈린의 담벼락을 걸으며 바깥 강 건너의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잊지 말자.

크레믈린 안 ‘무기고’에 전시된 이반 황제의 왕관을 비롯해 러시아 황제가 외국의 사신들로부터 받았던 각종 선물과 보석들이 러시아의 과거 화려했던 영화를 짐작하게 한다.

레닌의 피라미드는 무료이나 입장시간과 요일이 제한돼 있으므로 짧은 일정이라면 보기가 쉽지는 않다. 1924년 서거한 레닌을 생전의 모습 그대로 유리관에 보존하고 있는데, 관람하는 동안 한 마디의 말도 해서는 안 되며 멈추어 서서도 안 된다.
 
궁궐 안팎 엿보기, 모스크바강 조망도

또 모스크바 강변에 위치해 있는 크레믈린에서 내려다보면 모스크바강이 한눈에 들어오며, 강물 한가운데에는 러시아의 가장 위대한 황제로 칭송받는 ‘표트르 대제’가 범선을 탄 거대한 철제 조각상이 진취적인 기상을 뽐내고 있다. 오른편 황금빛 거대한 양파머리 지붕의 흰색 건물이 한때 수영장으로 바뀌었던 ‘구세주 성당’이다.

크레믈린은 하늘에서 본 모양이 정확하게는 오각형이지만 대체적으로는 삼각형 모양에 가깝다. 크레믈린 내에는 러시아의 국보 1호인 ‘이반 대제의 종루’, 황제의 대관식이 열렸던 ‘우스펜스키 사원’, 역대 황제의 관이 있는 ‘아르항겔리스크 사원’, 황실의 예배를 드리던 ‘블라고베시첸스키 사원’, ‘그라노타비야 궁전’ 등이 눈부시다. 초입의 현대식 건물인 ‘대 크레믈린 궁전’에서는 매달 발레를 비롯한 각종 공연이 열린다. 현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집무실도 크레믈린 안에 있다.

크레믈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모스크바 동물원’과 ‘고리키 공원’이란 놀이공원이 있다. 둘 다 꽤 넓은 면적으로 어린이를 대동한 관광객들은 꼭 한번 들러볼 만한 곳이다. 모스크바를 관통하는 ‘깔쪼’ 지하철 라인에 해당하는 곳이므로 거의 시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 찾기도 쉽다.

‘참새의 언덕’이라고 부르는 모스크바 국립대학(이하 엠게우) 앞 광장도 모스크바의 대표 관광명소다. 여름이면 인라인 마니아, 결혼식 커플,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로 넘쳐나며 각종 기념품을 파는 상인들로 붐비는 곳이다. 산이 없는 모스크바 시내에서 가장 높은 언덕이라 전망이 매우 좋다. 아찔한 높이의 스키 점프대가 있어 겨울에는 스키 점퍼들이 모여든다. 이 언덕을 내려가면 바로  유람선을 탈 수 있다.
 
보행자 천국 예술거리 ‘아르바트’

엠게우는 스탈린 시대를 상징하는 건물로 뾰족한 첨탑 모양의 지붕에 좌우가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모스크바 시내에 똑같이 생긴 건물이 일곱 개가 있다. 이들은 ‘스탈린의 일곱자매’로 불리는데, 대표적인 것이 외무성, 우크라이나 호텔, 예술인 아파트와 엠게우 건물이다. 그 중 엠게우가 높이 240, 정면 길이 540미터로 가장 크다. 이 건물들은 도시 대표 랜드마크답게 밤이면 휘황한 조명으로 모스크바의 위용을 빛낸다.

‘아르바트 거리’는 보행자들의 천국으로 최근 새 단장을 마치고 관광객을 기다린다. 거리의 초입에는 한국 백화점의 첫 해외 진출 사례로 2년 전 완공된 ‘롯데백화점’이 새로운 명물로 자리 잡았다. 러시아에서 발행되는 거의 모든 종류의 서적을 갖춘 모스크바 최대 규모의 서점인‘돔 끄니기’의 맞은편 뒤쪽으로 길게 이어진 아르바트 거리에는 각종 기념품 가게들과 초상 화가들, 그림 상인들, 고려인 출신 가수 빅토르 초이를 추모하는 ‘평화의 벽’이 있다.
 
근교에 톨스토이 고향 ‘뚤라’도 들러 볼 만

거리가 끝나는 곳에 러시아의 국민 시인 ‘푸슈킨’이 신혼을 보냈던 집인 하늘색 건물 ‘푸슈킨 박물관’과 그 맞은편에 푸슈킨이 부인 나탈리야와 다정하게 집을 바라보는 동상이 서 있다. 사격에 능하지 않았던 푸슈킨이 부인을 지키기 위한 명예 결투에서 상대방의 권총에 맞아 젊은 나이에 죽게 된 일화는 유명하다. 지하철 역 ‘푸슈킨스카야’에는 망토를 두르고 뒷짐을 진 한 손에 신사 모자를 든 푸슈킨의 동상을 세워놓은 푸슈킨 광장도 있다.

이 밖에도 모스크바에서 남서쪽으로 약 18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문호 톨스토이의 고향인 ‘뚤라(야스나야 빨라냐)’에서 부유하게 살았던 톨스토이의 대저택과 본인의 유언에 따라 만든 묘비 없는 검소한 묘소를 볼 수 있다.

또 북서쪽으로 220킬로미터 떨어진 수즈달은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천년 고도로서 러시아 중세의 많은 문화재와 건축물들이 보존돼 있어 마을에 들어서는 순간 중세로 되돌아간 것 같아 모스크바 방문길에 따로 시간을 내어 들르는 관광객들이 늘고 있다.
 


모스크바 지하철은 1935년에 개통돼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얼마나 깊은 지하에 건설됐는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서 책 두 페이지를 읽을 수 있다고 한다.

오래됐지만 매우 빠르고 저렴하며 중요한 관광 명소와 미술관, 박물관 등은 모두 연결해 관광객들에게도 편리하다. 또 역마다 장식이 아름답고 개성 있어 ‘마야꼽스카야’역은 유네스코 보호 대상 건물로 지정됐다.

11개 노선이 운행 중인데 그 중 5번 노선은 ‘깔쪼’라인으로 서울의 2호선처럼 순환선이며 모든 노선과 환승도 돼 매우 편리하고 한 번 표를 구입하면 추가 요금 없이 목적지까지 간다.

박물관 체험을 각 라인별로 알아보면 먼저 오렌지 라인 ‘기타이 고라드’역에 있는‘공업기술 박물관’이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기술에 관한 모든 것이 총망라돼 있다. 분야도 매우 다양해서 종이, 시계, 오디오, 금속, 교통기관 등 거의 모든 종류의 기술 변화상을 볼 수 있다. 3층에 가면 로봇과 우주 기술의 발전까지 엿볼 수 있다.

‘아카데미체스카야’역에서 도보로 약 10분 거리에 있는‘다윈 박물관’은 세계 최초의 진화 관련 박물관으로, 생물의 모든 종은 거의 다 볼 수 있다.

‘트레찌야콥스카야’역에는 11~ 20세기 러시아의 주요 미술 작품들을 전시하는 국립 미술관인 ‘트레찌야콥스키’미술관이 있다.

다음 빨간 라인‘크로포트킨스카야’역에는 르네상스식 건물인 ‘푸슈킨 미술관’이 있다. 고대 이집트 미술에서 20세기 중반에 이르기까지의 서양 예술작품을 다양하게 구비하고 있는데 조각 작품들은 대부분 학생들의 공부를 위해 만들어진 모작이다. 
    
 
여권을 소지하고 있지 않으면 불법 체류자로 몰릴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한다. 중요한 건물에 들어갈 때는 가방 검색대를 거쳐야 한다.

정식 택시는 요금이 비싸다. 러시아에서는 개인의 택시영업이 허용돼 있으므로 타기 전 목적지까지 요금을 흥정해 타면 저렴하다.

버스는 크게 세 종류다. ‘아프토부스’와 ‘트롤리부스’가 일반적인 버스로 표를 가판대(19루블)에서 사거나 운전기사(25루불)에게 직접 살 수 있다. 표를 운전기사 옆 기계에 넣으면 통과하는 바가 움직인다. ‘마르슈루트’는 합승 택시와 비슷하며 단거리를 순환하는 봉고 미니버스다. 보통 지하철 역에서 출발하며 원하는 곳에 내려준다. 요금은 거리와 상관없이 20~25루블. 

지하철은 입구와 출구가 구분돼 있다.

여러 라인이 겹치는 환승역에서는 라인마다 다른 역 이름을 사용하기도 하므로 주의하자. (일례로 빨간 라인의 ‘아호트늬 랴드’역과 녹색 라인의 ‘찌아트랄나야’, 파랑 라인의 ‘플로샤지 레발루찌이’는 모두 같은 곳이다) 
  
   
 보르쉬  고기 육수에 감자와 양배추를 넣고 끓이다가 여기다 채쳐서 볶은 당근과 비트, 토마토를 넣어 끓인 러시아식 수프. 먹기 직전에 ‘스메타나’ 또는 마요네즈를 넣어 맛을 부드럽게 한다. 우리의 육개장과 맛이 비슷하다. 독특한 맛이 나는 녹색의 향신료 ‘고수’를 띄워 고유의 풍미를 더한다.

▶ 샤실릭  고기에 소스를 발라 꼬치에 꿰어서 구운 요리. 기호와 취향에 따라 돼지고기, 닭고기, 쇠고기, 양고기 등에 맥주와 식초, 소금과 후추 등의 밑간을 해 덩어리째 12시간 정도 재워둔 후 꼬치에 꿰어 직접 불에 구워 먹는다. 생 양파와 토마토, 오이를 곁들여 먹으면 더욱 맛있다.
 
▶ 블린늬  러시아식 팬케이크. 밀가루와 우유, 계란을 섞어 묽게 반죽해, 얇고 넓적하게 부쳐 낸 것. 생크림과 캐비어를 올려 먹거나 꿀에 찍어 먹는다. 고기와 야채를 잘게 썰어 익힌 것을 싸서 먹기도 하는데, 러시아의 봄맞이 행사인 ‘마슬레니차’ 때 대표적으로 나누어 먹는 음식이다(사진은 샤실릭과 함께 한 블린늬).
  
 
▶ 마트료시카  러시아 전통의상인 사라판과 플라톡을 입고 있는 여자 인형. 마치 복제를 하듯, 똑같은 모양의 인형을 좀 더 작게 만들어 겹겹이 집어넣을 수 있다. 작은 것은 보통 5∼6개부터, 정교한 것은 25개까지도 들어간다. 주재료는 자작나무. 자손의 번영을 기원하는 의미의 선물이다.
 
▶ 그젤  러시아식 생활 자기로서 장식용 인형, 탁상용 램프, 시계를 비롯해 찻잔과 다기 세트, 꽃병과 보드카 병, 머그잔, 생선 접시, 샐러드 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흰 바탕에 푸른 안료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 모스크바 근교 ‘그젤 도자기 마을’제품이 유명하다.  
 
▶ 목각 수저, 장식 달걀  호홀로마 마을의 목각 수저와 그릇 제품은 천연 나무의 색상을 살리면서 빨간 물감과 도금으로 멋을 낸다. 파베레제의 보석 장식 ‘부활절 달걀’도 달걀 모양에 금, 은, 오닉스, 유리, 에메랄드 등으로 치장해 화려하다. 안에는 새, 금마차, 보석 액자 등이 들어 있다.
  
 
‘안나’ ‘나타샤’ ‘라라’들이 살고, 수많은 운명적 사랑을
 
꿈꾸는 여인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그곳이 바로 ‘모스크바’

모스크바는 예전부터 영화 속의 도시였다. 이미 ‘안나 카레니나’나 ‘닥터 지바고’, ‘전쟁과 평화’와 같은 명작 소설들이 모스크바를 무대로 삼고 있으므로 그것은 당연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당신이 슬픔이나 회환 같은 걸 하나도 지니지 않은 여자였다면 난 당신을 이토록 사랑하지 않았을 거요. 나는 한 번도 발을 헛디디지도 않고 오류를 범하지 않은 그런 사람을 좋아할 수가 없소. 그런 사람의 미덕이란 생명이 없는 것이며 따라서 아무 가치도 없는 것이니까…. 그런 사람은 인생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한단 말이요.”

영화 속 지바고는 ‘라라’에게 이렇게 말한다. 운명적 사랑이란 철없지도 않고 마냥 무지개 빛으로 빛나는 것만도 아니다. 모스크바는 그런 사랑을 진정한 사랑이라 한다. 인생의 모든 것을 감내할 수 있는 사랑.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바라는 ‘진정한’사랑의 모습이 아닐까.
 
마지막 장면이 첫 장면인 ‘닥터 지바고’
 
영화 ‘닥터 지바고’는 마지막 장면에서 시작한다. 주인공 ‘유리 지바고(오마 샤리프 분)’가 초라한 노인의 모습으로 전차를 타고 가다가 우연히 사랑했던 여인 라라를 보고, 그녀의 이름을 소리쳐 부르며 모스크바 거리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지는 장면이다.

8세의 나이에 고아가 된 지바고는 귀족에게 입양돼 성장하나 1912년 어느 날, 크레믈린 궁 앞에서 노동자들과 학생들이 기마병에게 살해되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는다. 혁명과 전쟁의 틈새에서 여전히 인간에 대한 사랑과 동경과 아름다움에 대한 선호를 보여주는 그의 삶을 통해 과연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한 인간의 삶인가를 보여주는 것이 또한 이 작품이다. 
  
1956년 제작된 톨스토이의 소설이 원작인 ‘전쟁과 평화’는 오드리 헵번이 주인공 ‘나타샤’를 맡았다. 1800년대를 배경으로 전쟁의 포화 속에서 나폴레옹이 퇴각한 후 초토화된  모스크바에서 다시 만난 주인공들은 낡은 로스토프 대저택에서 운명적 사랑을 다시 엮어간다.

모스크바는 그 자체가 혁명과 전쟁이라는 역사성을 갖고 있는 도시이므로 그 안에서 삶을 영위하는 등장 인물들도 평이하고 안락한 보통의 주인공들보다는 더 많은 인생의 역경을 감내한다. 인간의 삶이 아름다운 것은 그러한 역경 속에서도 희망과 사랑을 찾아 지속하려는 노력에 있지 않을까.    

세 명의 시골 아가씨가 청춘의 꿈을 걸고 상경한 대도시 모스크바. ‘모스크바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의 여주인공 ‘카테리나(베라 일렌토바 분)’는 공장의 여공이라는 신분을 속이고 대학 교수의 딸로 행세해 TV 카메라맨인 남자와 결혼을 약속한다. 하지만 거짓이 탄로 나 시어머니의 반대로 그와 헤어진 후 미혼모의 몸으로 당당하게 공장장으로까지 승진하며 사회적으로 성공한다. 18년이 지난 후 재회한 옛사랑 그는 이미 출세에 눈이 먼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첫사랑의 그’와 헤어짐을 선택한 ‘카테리나’는 마침내 새로운 운명적 사랑 ‘고샤’를 만나고 우여곡절 끝에 감격적 재회를 하게 된다.
 
여자들이 선택하는 사랑과 이별

만남과 헤어짐 모두 여주인공의 당당한 선택이며 그녀 인생의 결정에는 후회란 없다. 대부분의 옛날 영화의 여주인공들이 수동적이고 피동적 이미지로, 아름다운 한 송이 꽃 같은 이미지로 묘사됐다면 1979년에 만들어진 이 영화 속의 여주인공 ‘카테리나’는 이렇게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며 자기의 인생을 당당히 걸어간다.  오히려 남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며 여자들의 선택에 자신을 맡기는 형편이다. 이 영화는 러시아에서 대성공을 거두었으며, 미국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쟁쟁한 유명 감독들의 영화를 제치고 당당히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톨스토이 소설 ‘안나 카레니나’는 무려 세 번이나 영화화됐다. 이 영화에서 모스크바는 여주인공 ‘안나’가 운명적 사랑을 만나는 결정적 장소가 된다. 이미 대지주 ‘카레닌’백작의 부인이 된 ‘안나’는 풍족하고 안락한 페테르스부르크의 호화로운 생활에 지루함을 느껴 모스크바에 갔다가, 기차역에서 청년 장교 ‘브론스키’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안나’역할을 맡은 주인공들의 면면을 보면 ‘그레타 가르보(1935년)’, ‘비비안 리(1948년)’, ‘소피 마르소(1997년)’에 이르기까지 모두 한 시대를 풍미한 여배우들이다. 그녀들이 온몸을 던져 열연하고 싶을 만큼 ‘안나’는 매력적인 배역인 것이다.  소설로서도 ‘안나 카레니나’는 그 어떤 작품보다도 명작으로 손꼽히며 여주인공이 마음껏 자신의 인생을 펼치는 곳이 바로 모스크바다.
 
개방·개혁으로 스릴 넘치는 거리

고르바초프가 ‘페레스트로이카’를 단행한 후, 두렵고도 무거웠던 철의 장막은 걷혔으나, 크레믈린을 둘러싼 비밀스럽고도 정치적인 이미지는 아직도 여전하다. 그런데 이런 크레믈린 내부를 배경으로 촬영한 영화가 있었으니, 1992년 개봉된 ‘이너 써클’이다. 이 영화에서는 크레믈린의 내부와 KGB본부, 히틀러가 스탈린에게 선물한 기관차 등이 처음 공개됐으며, 이외에도 붉은 광장, 푸런지 학교 등 모스크바에서 현지 로케이션됐다. ‘모차르트’ 역을 열연했던 톰 헐스와 함께 러시아의 일급 배우들이 열연해 화제가 됐으며 영화 로케 중 쿠데타가 일어나 총알세례를 받는 등 어렵게 제작을 끝냈다고 한다. 실제 영화의 내용보다 제작 자체가 더 스릴이 넘쳐 이슈가 되는 에피소드를 남겼다.

역사란 무엇이고 정치란 무엇인가. 또 이 모든 것을 견디는 운명적 사랑이란 무엇인가. ‘안나’, ‘라라’, ‘나타샤’들이 살고, 수많은 운명적 사랑을 꿈꾸는 여인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그곳이 모스크바다.  
 
<조애란 / 자유기고가>
 
출처 : 대한항공 스카이뉴스
출처 : 종, 그 울림의 미학
글쓴이 : 하늘빛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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