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방

[스크랩] 일본 오이타

DRAGON 2010. 11. 15. 16:08

 
 
 
일본 오이타(大分) 현은 규슈지방 북동부의 길고 불규칙한 해안선으로 깊숙이 팬 벳푸(別府) 만과 둥근 구니사키(國東) 반도를 끼고 스오나다(周防灘) 연안 및 시코쿠로 건너가는 분고수도(豊後水道)와 접한 배산임수의 고장이다. 우리나라 전라남도의 절반보다 조금 큰 면적에 오이타, 벳푸, 우스키(臼杵) 등 18개 시정촌에 123만 7천여 명의 인구가 산다. 이들은 내륙의 복잡한 산악지대보다 조그만 해안 평야 또는 도시에 편중해 있다.

기후는 전반적으로 세토(瀨戶) 내해식 해양성으로 온화한 편이지만 표고가 높고 숲이 울창한 산악지대는 기온이 낮다. 대부분의 주민은 곡물과 담배·대나무·밀감 등의 작물을 재배하거나 가축을 기른다. 주요 해안도시에서는 직물·금속·시멘트·화학제품 제조업이 발달했다.
 
산과 바다를 품은 반도와 만의 고장

벳푸 시는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온천 휴양지로, 가장 많은 온천 수와 풍부한 용출량를 자랑한다. 벳푸온천은 벳푸8탕이라 불리는 8지역에 나뉘어 분포하고 있으며, 8곳의 지옥은 벳푸의 명물이다. 특히 온천에서 뿜어나오는 온천 수증기는 일본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아 21세기 일본에서 남기고 싶은 경관 제2위에 뽑히기도 했다.

인근 내륙 쪽에 위치한 유후인(由布院) 마을도 오랜 온천 휴양지로, 일본 여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온천 휴양지에 뽑힐 만큼 경치 좋고 질 좋은 온천과 독특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분위기로 관광객을 사로잡는다,

현청 소재지 오이타 시는 벳푸 만 남부 해안에 자리잡고 있다. 16세기에는 그 명성이 최고에 이르렀으나 17세기 및 18세기 중반 도쿠가와(德川) 시대 때 쇠락했다. 지금은 세토 내해를 오가는 선박들의 교역 항이자 규슈의 중공업 중심지로 간척지에 들어선 신일본제철, 신일본석유정제 및 다이하츠자동차, 도시바 반도체공장 등 공업단지가 유명하다.

또 구니사키 시에는 캐논 카메라 아키 사업소가 있고, 또 다른 명물로 단일 제품으로는 전국 판매량 1위인 보리소주 ‘이이치코(いいちこ)’가 유명하다.
 
세토 내해 교역 중심, 임해공업단지도

또 현의 남동부에 있는 복어로 유명한 우스키 시에는 우스키 석불이라 부르는 마애불이 있는데, 마애불로서는 최초로 국보로 지정된 것이다. 헤이안 시대 후기에서 가마쿠라 시대로 넘어가는 12~13세기경 제작됐는데, 오이타공항 출국장 벽면에 큰 사진이 게시돼 있어 더 친근한 이미지다.

오이타 현 출신 일본의 최대 유명 인사는 일본의 명문 대학 중 하나인 케이오 대학의 창설자로 유명한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 씨다. 현재 발행된 일본 엔화의 최고액 지폐인 1만 엔권에 그려진 인물인데 그만큼 국민적인 신뢰도와 명망이 높다.
  
 
한국에서 오이타를 찾는 관광객들은 대부분 온천을 염두에 둔다. 오이타공항에서 오이타는 벳푸 만 건너로 훤히 보이지만 버스로 한 시간 가량 걸린다. 들쭉날쭉 기복이 심한 해안인 푸른 벳푸 만의 경치를 보며 가기에는 버스가 좋다.

일부 관광객들은 바로 오이타로 들어가기보다는 먼저 공항에서 남서쪽 60여 킬로미터 떨어진 내륙 유후인으로 가기도 하는데 , 보통은 유후인보다 비교적 싼 숙박료 때문에 40여 킬로미터 떨어진 벳푸나 10킬로미터를 더 가 오이타에 숙소를 정하고 관광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온천공이 300개가 넘는 유후인은 주민 3만 5천여 명에 연간 450만여 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일본 최대의 온천 명소다. 격조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후료치쿠(由府兩築)와 같은 오래된 온천여관과 깔끔한 펜션들이 우뚝 솟은 유후다케(해발 1천583미터)의 주봉과 넉넉한 능선을 배경 또는 전경으로 기막히게 조망을 낸 노천온천들을 갖춰 찾는 이들을 즐겁게 해준다.

또 다양한 미술관과 작은 갤러리, 얄미울 정도로 예쁜 식당과 독특하고 세련된 기념품 점들이 마을 전체를 꾸미고 있어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기 어렵다.
 
 
크진 않지만 푹 빠져드는 유후인

세련된 가게들이 늘어선 유노츠보 거리, 호수 주변 및 바닥에서 맑은 온천수가 솟아나와 수면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아름다운 긴린코(金麟湖), 규슈 각지에서 옮겨온 옛 가옥들로 꾸며진 유후인 민예촌, 유명한 방랑시인이자 화가인 고 사토 케이(佐藤 溪)의 작품을 소장한 유후인 미술관, 긴린코 옆 옛 전통 가옥에 자리해 관광객들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동온천 시탄유(下ん湯), 푸른 수초들이 소복이 자라는 수로를 따라 펼쳐지는 다양한 일본식 가옥형 상점들은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벳푸에서 직통 또는 중간 정차하는 열차와 버스가 운행돼 당일치기로도 다녀올 수 있고, 걷기가 힘들면 현지 운영하는 마차나 인력거로 둘러볼 수 있다.
 
벳푸는 유후인에서 유후다케와 케이블카로 오를 수 있는 쓰루미다케(해발 1천375미터)를 지나 태평양으로부터 쑥 들어온 벳푸 만 깊숙이 자리해 있다. 온천 원천수 분출량이 하루에 13만 킬로리터로 일본 내에서 가장 많아 도시 전역에서 수증기를 내뿜는 온천탕을 쉽게 볼 수 있다.
 
8곳의 온천장, 8개의 지옥온천 순례

벳푸는 8곳(호리타, 칸카이지, 벳푸, 하마와키, 묘반, 시바세키, 가메가와 온천)의 온천지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벳푸8탕’이라 불리고 있다. 각지에 온천이 있어 그 성분도 다양해 식염, 중조, 중탄산토류, 유황, 황산염, 산성, 철, 녹반, 이산화탄소 등 여러 종류가 있다. 내국인들에게는 이 중에서도 엄선된 137개 온천을 순례하는 스탬프 랠리 ‘벳푸8탕 온천도’가 인기다. 이 중 88개 온천에서 입욕하면 ‘온천명인’으로 인정받아, 인기 온천시설인 ‘효탄 온천(ひょうたん溫泉)’에 이름이 오른다.

하지만 이들 온천을 전부 돌아볼 수 없는 관광객들은 호텔이나 여관에 딸려 있는 온천에서도 충분히 벳푸 온천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한국인에게 인기있는 ‘호텔 후게츠 해먼드’에는 옥상에 노천온천이 있어, 이른 아침부터 밤중까지 입욕할 수 있다. 아침 햇살로 반짝이는 벳푸 만은 한마디로 절경이다.

 벳푸에는 목욕 온천만 있는 게 아니다. ‘지옥’이라 불리며 목욕보다는 눈으로 보고 즐기는 노천온천이 8곳이나 있는데, 이들은 약 50미터 이상 높이의 뜨거운 온천수를 쏘아 올리는 간헐천 타츠마키(龍卷), 마치 피를 뿌려놓은 듯한 붉은 뻘탕 치노이케(血の池), 청백색의 투명한 열탕 시라이케(白池), 온천수로 악어를 사육하는 오니야마(鬼山), 가장 규모가 크고 코발트 빛을 띠는 열탕 우미(海), 뿜어낸 점토가 산을 이룬 야마(山), 분출하는 진흙탕이 일으키는 파문이 스님 머리를 닮은 오니이시보즈(鬼石坊主), 솟아오르는 증기가 화덕을 닮았다는 카마도(かまど) 지옥 등이다. 입장료 2천 엔만 내면 이 곳들을 모두 둘러볼 수 있다. 시간이 많지 않은 한국 관광객들은 주로 카마도 지옥을 많이 둘러보는데, 다양한 탕들은 물론 족욕 체험도 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온천 의약품, 온천 식당 등도 인기

온천이 많다 보니 온천에서 나오는 성분으로 만든 약이나 화장품 등도 많이 개발돼 판매하고 있다. 약재로는 피부병에 좋은 치노이케 연고(血の池軟膏), 아토피 등에 잘 듣는‘약용 유노하나(藥用 湯の花)’,‘마그마온센(マグマオンセン)’ 등의 입욕제가 유명하고, 화장품으로는 온천수를 원료로 한 화장수‘벳핀센(べっぴん泉)’이나 ‘유노하나 비누(湯の花せっけん)’, 온천 진흙으로 만든 진흙팩, 건조한 기내 및 실내에서 뿌리면 좋은 온천미스트 등이 유명하다. 이들 제품은 각 온천마다 현장에서 운영하는 기념품 매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최근에는 뜨거운 온천 증기를 이용해서 음식들을 쪄먹는 조리 체험장 ‘지옥찜공방 간나와(地獄蒸し工房 鐵輪)’가 생겨 시민들은 물론 관광객들도 즐기고 있다. 즉석에서 수산물, 야채, 구근류 등을 사서 직접 증기 솥에 넣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꺼내 식사를 하고 식기를 깨끗이 씻어 반납하는 일종의 셀프서비스 식당이다. 음식물이 익는 동안은 인근의 무료 족욕장에서 족욕 또는 증기 족욕을 즐길 수 있다.

벳푸의 온천관광 외에도 오이타 현에는 볼거리·즐길 거리들이 수두룩하다. 가족들끼리라면 다카사키야마 국립공원에서 야생상태에서 거대한 집단을 이루고 사회 생활을 하고 있는 원숭이 세계를 둘러볼 수 있고, 유명 캐릭터인 헬로키티 체험관인 하모니랜드도 좋은 방문처가 될 것이다. 또 골퍼들이라면 27곳의 골프장에서의 샷을 즐기고, 불교인이라면 구니사키 반도 일대에 산재한 일본 특유의 불교 유적들을 답사하는 여행도 매우 유익할 것이다.
 
<자료 협찬=일본 오이타현 기획진흥부, 사단법인 투어리즘 오이타>
 

 

 
일본인들의 전통 의상, 특히 여자들의 옷인 기모노(着物)는 웬만한 전문가가 아니면 혼자 입을 수 없을 만큼 구조와 장식이 난해해 입기가 무척 까다롭다. 특히 허리띠를 겸하는 치장인 오비는 보통 두 사람이 거들어야 제대로 입을 수 있다.

또 옷 자체도 고가라 집에 갖추어 두기보다는 대체로 전문 의상점에서 빌려 입는데, 옛 성 아래 마을의 정취가 남아있는 기츠키 시의 기모노 전문점 ‘분고야타헤이(豊後屋太兵衛)’에서는 기모노를 빌려 입어볼 수 있다.

 이곳에서 옷을 빌려 입고 에도 시대 정취가 그대로 남아 있는 옛 성곽 길을 걸어보는 체험 이벤트가 내국인은 물론 외국 관광객에게도 인기다.

즉석에서 전문가의 도움으로 몸매와 취향에 맞게 옷을 선택하고 장신구까지 갖추는 데는 약 30분, 10분 거리 성곽 길을 오르며 옷과 주변 분위기를 즐기며 기념사진도 찍어보는 맛이 쏠쏠하다. 매월 셋째 토요일을 ‘기모노 입는 날’로 정해 놓아 이 날을 택하면 여러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도 있다.  
 
 
 
 
▶ 온천 목욕법  숙박 업소에는 개별 온천 욕실이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 대단위 공중 온천장을 운영한다. 이런 공간은 운영 시간이 정해져 있으므로 가장 먼저 이를 숙지토록 한다. 보통 객실에는 유카타(浴衣)라 불리는 일본식 실내가운을 준비해두므로 이를 착용하고 함께 타월이나 간단한 목욕 용구를 챙겨 들어간다. 일본인들은 욕실 안에서 이동할 때도 타월로 국소를 가린다. 남에게 폐가 안 되게 욕조 가장자리에 앉지 않으며, 위생상 맨 바닥에도 앉지 않는다. 욕실에서는 먼저 맨 몸을 씻고 탕에 들어가 편안한 시간을 가진다. 그런 다음 완전히 몸을 씻은 후 다시 탕에 들어가 몸을 푼다. 그리고 나와서 타월로 몸을 닦으면 된다. 몸을 씻는 타월은 욕조 밖에서만 사용하고 뜨겁다고 찬물을 끼얹어도 안 된다. 열탕을 즐기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야생 원숭이 공원 방문  원숭이들에게 적대감을 갖게 하는 행동- 빤히 쳐다보기, 당황해서 허둥대기, 싫다고 뿌리치기 등-을 삼간다.

▶ 기타  한국어가 안 통하는 곳이 많고 신용카드도 통용되지 않는 곳이 많으므로 미리 대비한다.  
 
 
 
 
 도리텐  1930년대 벳푸 시내 토요켄(東洋軒)이란 중국집을 창업한 일본인이 대만 유학을 통해 개발한 일중합작 닭튀김요리. 같은 자리에서 3대째 이어오는 이 집에서 먹는 도리텐은 닭고기가 생선처럼 부드럽고 맛이 은은해서 남녀노소 두루 좋아한다. 다양한 메뉴를 개발, 포장도 해준다.

  세키아지(전갱이)회  오이타 현 동쪽의 수역인 사가노세키의 분고 수도에서 연중 잡히는 전갱이를 회로 떠 숙성시킨 것. 물살이 드센 이곳에서 잡히는 전갱이는 육질이 쫄깃쫄깃하고 고소한 맛이 강해 미식가들이 즐긴다. 유후인 등 전통여관에서 식사로 제공되기도 하므로 해산물을 즐기는 이들에게 강추! 

분고규  해발 고도 400~800미터인 유후인 마을 주변은 청정 지역으로 고원 목장들이 많다. 이곳에서 방목 사육된 양질의 육우들로부터 얻은 고기는 구워 먹어도 물론 맛있지만, 이 지역에서 생산된 무공해 채소들과 함께 데쳐 먹는 샤브샤브 요리로 많이 먹는다. 온천 후 먹으면 청정한 맛이 더해 신선식처럼 느껴진다.
   
 
 
 
▶ 죽세공품  벳푸 지역은 대나무 자생지가 많고, 예부터 온천으로 장기 휴양온 사람들의 생활용품으로 이용되기도 하던 것이 평판을 얻어 유명해졌다. 소쿠리, 그릇, 바구니, 핸드백 등 다양한 용도의 제품들이 있다. 예술 장르로까지 발전해 유명작가의 작품이 오이타 시 미술관에 소장·전시되고 있다.

▶ 히메다루마(姬だるま)  타케타 시 요시다 마을에서 생산되는 종이로 만든 전통 공예품 오뚜기 인형. 현재 고토 히메다루마 공방 단 한 군데서 전통의 명맥을 잇고 있다. 집안에 두면 행복을 가져다 준다 해서 오이타 현은 물론 규슈 지방에서 인기가 높다.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만들며, 가격은 5천 엔 정도.

▶ 온타야키(小鹿田燒)  소박한 생활도자기지만 국가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될 만큼 유명하다. 히타(日田) 시의 조용한 산간 온타 마을에서 300년 전부터 구워온 것으로, 10곳의 가마에서 각자 개성 넘치는 도자기를 구워 내고 있다. 자연 풍경과 흙을 빻는 디딜방아 소리가 너무 좋아 국가의 중요문화 경관지역으로도 지정됐다. 온타 마을 또는 주요 기념품 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일본 규슈 오이타 현 북동부에 자리한 구니사키(國東) 반도는 해발 721미터의 원추형 화산인 후타고(兩子) 산을 중심으로 28개의 골짜기가 바다로 뻗어있다. 이 골짜기는 일찍이 구나와(來繩), 타시부(田染), 이미(伊美), 구니사키(國東), 무사시(武藏), 아키(安岐)라는 6개의 마을로 나눠져, 나라 시대부터 헤이안 시대에 걸쳐 로쿠고만잔(六鄕滿山) 문화를 형성한다. 이것은 나라·교토 문화에 고대 우사(宇佐)에서 탄생한 하치만(八幡) 신앙과 천태종 불교가 섞여서 형성된 신불습합(神佛習合)의 독특한 사찰문화를 의미한다.

571년, 지금의 오이타 현 우사 시에 일본 전국에 4만4천 곳 이상 있다고 전해지는 하치만 신사들의 정점에 위치하는 우사신궁(宇佐神宮)이 창건되고 그 세력이 융성해지자, 이 신사를 지키며 신봉하는 불교를 숭앙하기 위해 인근에 많은 사찰과 불상, 석탑 등을 세웠는데, 이것이 구니사키 반도 전역에 퍼져 12세기 헤이안 시대에는 100여 개에 달하는 사찰과 800여 개의 암자가 있었고, 2천여 명의 승려가 수행했다고 전해진다.
 
유적의 요체는 전성기 우사신궁

지금도 이 반도에는 65개의 절, 300개의 승방, 6만9천338개의 불상이 있어 발길 닿는 곳마다 그 유물을 만나볼 수가 있게 된 것이다. 이 유적들은 벳푸역 앞 등에서 출발하는 ‘구니사키 반도 사적 답사’ 정기 관광버스를 이용하면 하룻동안에 둘러볼 수 있다.

가장 먼저 들르는 곳이 바로 이 유적들을 있게 한 하치만 신사 총본궁인 우사신궁. 다음이 규슈 최고(最古)의 목조 건축물이자 일본 국보로 지정된 후키지(富貴寺)다. 후키지 입구는 차도에 붙어있는 허술한 돌계단이라 실망감이 크다. 하지만 계단을 올라가 좌우로 나타나는, 수령이 500년이나 되는 아름드리 은행나무와 비자나무 그리고 그 사이로 나타나는 빛 바랜 본당을 대하면 느낌이 달라진다.

본당은 긴키(近畿) 지방 이외에는 그 수가 적다는 헤이안 건축의 최고 걸작으로, 말하자면 우리나라 안동 봉정사에 견줄 만하다는데, 동서 3칸 7.7미터, 남북 4칸 9.33미터로 예상보다 규모가 작아 따로 설명해주지 않으면 사연과 내공이 있다는 걸 짐작하기 힘들다. 

남향 직사각형인 이 법당은 정면의 문이 닫혀 있다. 법당으로 들어가려면 정면에서 신발을 벗고 마루로 올라 동쪽 옆으로 돌아들어가 참배하고 서쪽 문으로 나와야 한다. 이렇게 길을 꼬아놓은 이유는 비자나무로 만들어진 본존 아미타여래(阿彌陀如來) 불상을 보호하고, 서방정토 극락세계에 머물면서 법을 설파한 여래불전 주위를 돌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상행삼매(常行三昧) 수행을 하라는 의미다.

본당 내부 천장과 맞닿은 벽에는 일본의 4대 벽화 중 하나로 손꼽히는 불화가 그려져 있는데, 원래는 극채색으로 극락정토 세계를 그렸지만 세월이 오래돼 그 형상을 잘 알아볼 수 없다. 그래서 불당 내부는 전깃불을 밝히지 않고 촛불만 켜두는데, 안내원들이 랜턴으로 비춰가며 설명을 해준다.

경내를 둘러보면 여러 개의 석탑이 서 있는데, 그 중에는 이 지방 특유의 양식으로 만들어져 ‘구니사키탑’이라고 명명된 탑이 압권이다.
 
정통 불교의 후키지를 감상했으면 이번에는 깊은 산속에 자리한 구마노 마애불(熊野磨崖佛)을 만날 차례다. 일본 불교 특유의 밀교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불교 유적지로, 국가중요문화재로도 지정된 마애불이다.
 
작지만 대단한 국보 사찰 후키지

이를 보기 위해서는 350미터의 거리로 350미터 높이를 올라가야 한다. 마지막에는 99단의 난적석단(亂積石段)이 나타나는데, 여기에는 신이 마을의 골칫거리였던 도깨비를 쫓아내기 위해 어느 날 저녁 “내일 새벽까지 산기슭에서 산 중턱까지 돌계단을 쌓아 올리면 이곳에 살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이 곳을 떠나야 한다”고 명하자 도깨비가 하룻밤 사이에 쌓아 올린 것이다. 그러나 나머지 한 계단을 쌓기 전에 날이 밝아 결국 도깨비는 이 땅을 떠나고 만다는 전설이 서려 있다.

계단이 끝나갈 무렵 왼쪽 숲 속 자연 암벽에 새겨진 높이 8미터의 부동명왕(不動明王) 마애불이 먼저 나타나고 그 비스듬한 위쪽에 높이 7미터의 대일여래(大日如來) 마애불이 미소를 띠고 나타난다. 얼핏 보면 얼굴에 장난기가 감도는 부동명왕은 소박하면서도 강한 대륙적인 힘이 느껴진다. 인자한 대일여래의 화신(化神)으로 새겨졌는데, 밀교의 성격이 짙다. 우리나라 불교 유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상은 아니지만, 불현듯 서산 마애삼존불의 석가(釋迦), 미륵(彌勒), 제화갈라보살(提和竭羅菩薩)상과 어딘가 닮았으면서도 약간은 다르게 느껴진다. 어쩌면 바로 이 부분이 너무나 가깝지만 멀게 느껴지는 한국과 일본 역사의 시작이 아닐까.
 
도처에 마애불과 석상들 ‘눈길’

다음은 로쿠고만잔 문화의 중심지로서 후타고산 중턱에 자리 잡은 후타고지(兩子寺)를 살펴보자. 이 절은 718년 창건 이래, 1천300년 동안 구니사키 반도의 사찰들이 융성하게 된 중심지였다.

절 입구에서부터 나 있는 돌계단 양 옆에는 구니사키 반도 최대의 석조 인왕상(仁王像) 둘이 서 있다. 균형미를 자랑하며 온 힘을 다해 경내를 수호하듯이 늠름하고 위협적인 자태를 한 이 석상을 뒤로하고 계단을 올라 경내를 두루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오쿠노인(奧の院)에 다다른다. 불로장생과 자식 점지를 기원하는 영지로 소문난 곳인데, 중앙의 본존불 11면천수관음입상, 좌우의 우사신궁에서 왔다는 남녀이천동자상에게 마음을 담아 합장을 해도 좋을 것이다. 또 이 절은 오이타 현 굴지의 단풍절경으로도 유명하다.
 
<김조연 / 일어 영상 번역가>
 
출처 : 대한항공 스카이뉴스 이메일 101018현재
 
 

출처 : 종, 그 울림의 미학
글쓴이 : 하늘빛 원글보기
메모 :

'여행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일본 아키타  (0) 2010.11.15
[스크랩] 중국 광저우  (0) 2010.11.15
[스크랩] 미국 샌프란시스코  (0) 2010.11.15
[스크랩] 중국 쿤밍  (0) 2010.11.15
[스크랩] 피지 Fiji  (0) 2010.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