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미항 중의 하나인 시드니. 만약 이 도시에 가장 어울리는 모토를 하나 정하라면 아마도‘매력이 있으면 발산하라!’가 어떨까.
반짝이는 항구와 눈부신 해변, 그리고 햇살이 찬란하게 부서지는 지중해성 기후…. 시드니는 주어진 환경만으로도 지구상에서 가장 매혹적인 도시라는 찬사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풍요롭고 다양한 문화 생활, 느긋하고 여유로운 생활 방식과 열정 등 여러 현실적인 훌륭한 요소들이 빼어난 자연 환경과 접목돼 있기 때문이다.
풍요롭고 다양한 문화 자랑
시드니는 상대적으로 젊고 호주에서도 가장 다양성이 넘치는 도시이지만 오래고 풍부한 역사를 지닌 도시이기도 하다. 시드니와 그 근교에는 경험해 볼 만한 고대 원주민의 문화 유적지부터 시드니 역사 초기 혼란기 때의 자취를 볼 수 있는데, BC 4천300년경부터 원주민들이 거주하기 시작했던 시드니는 1770년 영국의 제임스 쿡 선장의 보타니 베이 상륙, 1788년 영국으로부터 1천400여 명의 죄수, 군인, 사무관들을 실은 함대에 이어 1793년 최초의 자유 정착민들이 도착한 역사 유적지다.
또한 시드니가 속해 있는 뉴사우스웨일스 주에는 국립공원과 울창한 삼림, 엄청난 위용을 뽐내는 산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계곡과 강변 도시들이 시드니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뉴사우스웨일스 주만 해도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지역이 네 곳이나 있으며, 2007년에는 시드니의 상징으로 통하는 특이한 건축물 오페라 하우스가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등록되기도 해 자연과 인공이 가장 잘 어울린 도시로도 손꼽힌다.
자연과 인공이 가장 잘 어울린 도시
이렇게 뛰어난 환경적인 요소들뿐 아니라 시드니 시와 주정부의 실험 정신과 열정으로 탄생되고 있는 여러 이벤트들은 전세계 다른 도시들에서 벤치마킹을 할 만큼 성공적이다.
수도 캔버라보다 더 유명하고 호주에서 가장 큰 도시로 인구는 400만여 명. 한국 교민들도 약 6만 명, 유학생들까지 포함하면 약 10만 명의 한국인들이 거주하고 있어 시드니는 우리에게 머나먼 남반구의 도시가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갈 수 있는 친숙한 도시가 됐다.
시드니는 남반구의 대표적인 도시로 11월부터가 본격적인 여름이다. 원래 온화한 기후를 자랑하지만 한낮에는 31도까지 올라가 일교차가 커지기도 한다. 잘 발달된 항만의 길다란 해안선, 아름다운 해변을 가진 시드니는 그래서 여름이 더 즐겁다. 올겨울은 뜨거운 태양과 구름 한 점 찾기 힘든 푸른 하늘이 펼쳐질 시드니의 여름 속으로 역동적인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바다 또는 하늘에서 즐기는 시드니
유유히 즐기는 크루즈 유람선이나 요트보다 빠른 스피드를 좋아한다면 제트 보트로 세계 3대 미항 중의 하나인 시드니 하버를 가로질러 보자. 고속 제트 보트 투어는현지 업체를 이용해 예약한 뒤에 즐길 수 있다. 한편 헬리콥터나 경비행기를 이용해 시드니 상공을 날며 전체 항만을 감상할 수 있다. 근교의 헌터 밸리나 센트럴 코스트까지 다녀오는 반나절 또는 하루 프로그램부터 1시간 내외의 짧은 프로그램까지 선택의 폭이 넓다. 또한 시드니 시내에서도 열기구 투어에 샴페인을 곁들인 아침식사를 즐기며 싱그런 시드니의 아침 풍경을 만끽할수 있다.
시드니 상공 약 230미터 높이에 우뚝한 시드니 타워 꼭대기에서 유리 바닥으로 된 전망대를 걸어보자. 마치 공중 위를 걷는 것처럼 아찔하다. 타워 전망대 안에서 시드니 전경을 감상하는 것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유리 바닥 위를 걸으며 짜릿한 스릴을 맛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특수 유리로 제작된 글라스 발판에다 걷기 전 반드시 안전 장비와 스카이 슈트를 착용하고 안전 교육까지 마친 후 숙련된 조교의 지시에 따라 워밍업을 하므로 안전상의 위험은 없다.
유명한 해변, 해양스포츠 즐기기
여름을 피부로 느끼고 싶다면 바다로 가면 된다. 시드니 동쪽과 북쪽으로 해안선을 따라 자리 잡고 있는 해변들은 각자 독특한 풍미를 간직하고 있다. 특히 시내에서 10킬로미터 약 20분 거리에 있는 본다이 비치는 호주에서도 가장 유명한 해변 중 하나로 서핑이나 해수욕, 일광욕을 즐기기에도 그만이지만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유명한 카페 중 하나인 본다이 아이스 버그의 풀에서 수영을 즐긴 후 시원한 칵테일 한 잔을 즐기는 것도 좋다. 이 아름다운 해수 풀은 시드니 사람들이 한겨울에 물에 얼음을 넣어 더욱 차게 한 후 수영하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아이스 버그라는 이름을 붙였다.
본다이 비치를 따라 나 있는 작은 도로 프롬나드는 조깅과 인라인 스케이트를 즐기는 시드니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전용도로이며 비치 뒤쪽에 위치한 캠벨 퍼레이드는 여유있는 분위기의 카페 거리다. 본다이 비치의 남쪽 끝에서 브론테와 쿠지 비치 쪽으로 이어지는 해안가를 산책하다 보면 인적이 드문 해변과 그늘에서 피크닉을 즐기기 좋은 장소가 많다.
또한 시드니의 서큘러 키에서 페리를 이용해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위치한 맨리 비치는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진 카페와 레스토랑들을 배경으로 황금빛 모래 사장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데 바로 뒤 호주 삼나무 숲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준다. 예쁜 카페나 레스토랑 한 군데를 골라 브런치를 즐기거나 해안가에서 석양을 조망하며 저녁 식사를 즐기며 여유를 만끽해 보자.
또한 본다이 비치나 맨리 비치 모두 서핑 스쿨과 다이빙 스쿨에서 수준별 강습을 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에서는 힘들었던 서핑과 다이빙을 배워보는 것도 유익하겠다.
뉴사우스웨일스 주에도 보석 같은 지역 많아
이 밖에도 시드니에서 불과 1시간 30분에서 2시간 거리에 위치한 뉴사우스웨일스 주의 보석 같은 지역들을 둘러보는 것도 여행 일정에 넣도록 하자.
헌터 밸리(Hunter Valley)는 시드니 북쪽 약 150킬로미터 거리 브로큰백 산맥의 그늘 아래 위치한 포콜빈 마을 주변이다. 1870년 이래로 지속적으로 발전해온 와인 제조법을 통해 전통과 품질이 살아있는 와인을 생산해내고 있다. 따라서 이 지역의 여행은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와인과 신선한 지역 특산물로 만든 음식 그리고 다양한 등급의 멋진 숙소와 특유의 자연 환경으로 완성된다. 와이너리 투어와 함께 열기구 비행이나 고급 리무진 투어에 이르기까지 이 지역의 매력을 고스란히 맛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다.
울릉공(Wollongong)은 시드니 남쪽 약 80킬로미터 떨어진, 뉴사우스웨일스 주에서 3번째로 큰 도시로 동화 속 마을처럼 아름다운 풍경이 유명하다. 벨모어 정박소와 하얀 등대 언덕의 고요한 이미지와 행글라이딩과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이 수놓는 하늘은 고요함과 역동성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갈 때는 차를 빌려 멜버른으로 가는 해안도로인 그랜드 퍼시픽 드라이브를 따라가 보길 추천한다. 로열 국립공원에서 시작하는 이 멋진 해안도로는 열대 우림과 해변의 아기자기한 마을들이 시원하게 뻗은 남쪽 해안선을 따라 약 140킬로미터가 구불구불 이어지는데 최고의 경치는 절벽에서 굽어 나온 665미터 높이의 씨 클리프 브릿지(Sea Cliff Bridge)다.
이 도로를 따라 여유 있게 드라이브를 즐기며 울릉공에 도착한 다음 야외 레스토랑에서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시푸드를 즐긴 후 해변을 산책하다 보면 어느새 스트레스 제로의 상태가 될 것이다. 용기를 내어 울릉공의 스탠웰 공원의 볼드힐에서 행글라이딩에 도전해보는 것도 오래도록 추억에 남을 것이다.
▶ 로맨틱한 록스의 여름밤 시드니 4대 마켓 중 하나인 록스 마켓에서 매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열린다. 올 11월 6일부터는 금요일 록스 마켓이 끝나는 시각인 오후 5시 30분부터 록스 광장에서 로맨틱한 무료 밴드 공연이 열린다. 내년 3월 26일까지 계속되며, 밤 10시까지 록스 특유의 고전적이면서 낭만적인 분위기와 함께 무료 콘서트를 즐길 수 있다.
▶ 시드니의 제야 시드니 축제 중 가장 큰 규모의 파티,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엄청난 규모의 불꽃놀이가 올해도 변함없이 하버 브릿지 위를 기점으로 시드니 하늘을 수놓는다. 오후 5시부터 시작되며 밤 9시 불꽃놀이로 절정을 치닫고 이후 화려한 조명 퍼레이드가 온 시내를 물들인다.
▶ 시드니 페스티벌 퍼스트 나이트 작년 1월에 처음 열린 시드니 페스티벌 전야제 격. 시드니 중심부(CBD)에서 차량을 전면 통제하고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어린이들과 가족들을 위한 이벤트와 공연을 하고 주요 공연과 행사는 오후 7시부터 펼쳐진다. 올 1월 약 25만 명이 행사를 즐겼다. 시드니 시민뿐 아니라 관광객들까지 함께 했다. 내년 퍼스트 나이트는 2010년 1월 9일 열릴 예정이다.
<자료 협조=호주관광청>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록스 지역은 아기자기하게 펼쳐진 산책로를 따라 역사적인 건물들, 현대 아트 갤러리, 부티크, 레스토랑 그리고 19세기에 지어졌을 법한 오래된 펍들이 늘어서 있다. 특히 빅토리아 시대 상인들의 주택이 밀집해 있던 이곳엔 ‘캐드맨의 오두막’이라는 1816년에 지어진 이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주택도 있다.
매일 오후 5시경이 되면 이 곳에서 펍 투어가 시작된다. ‘더 록스 펍 투어’라고 불리는 이 투어는 록스 지역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현지 가이드와 함께 록스 지역의 자갈돌이 깔린 골목길에 늘어선 펍들을 돌면서 각 펍의 고유한 맥주 맛을 즐기는 프로그램이다. 서너 군데의 펍을 약 2시간 동안 돌아보며 맥주 한 잔씩과 간단한 스낵류를 즐길 수 있다. 만 18세 미만의 청소년이나 어린이들은 참가할 수 없으며 맥주 이외에도 하우스 와인이나 다른 음료로도 선택이 가능하다.
▶ 전압 전압은 240V로 한국과 비슷하지만 소켓 모양이 한국에서 사용하는 것과 다르다. 만약 한국에서 가져온 전자제품을 쓰려면 별도의 어댑터 또는 변압기를 준비해야 한다. 또한 대부분 온·오프 스위치가 달려 있으므로 쓰기 전에 온을 누르는 것도 잊지 말자.
▶ 팁 미주·유럽과 달리 팁이 일반화돼 있지 않다. 따라서 호텔, 식당, 택시 운전사 등 서비스업 종사자들도 팁을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고급 레스토랑이나 호텔에서는 주기도 하는데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선택사항이다.
▶ 기후 전체적으로 따뜻한 나라다. 시드니는 한겨울도 우리나라 늦가을 정도로 예상하면 된다. 단기간 방문이라면 일교차가 심하기 때문에 반팔보다는 얇은 긴팔 위주의 옷을 권한다. 참고로 시드니의 햇살은 강하므로 선블록(30+이상)을 바르고 선글라스 또는 모자 등을 준비하자.
▶ 무료 셔틀버스 555번 작년 12월부터 운행을 시작했는데 시드니 서큘러 키 선착장부터 센트럴 역 사이를 순환한다. 퀸 빅토리아 빌딩, 타운 홀, 호주 박물관과 하이드 파크 등 시드니 시내 주요 명소들을 쉽게 갈 수 있다.
▶ 서머타임 10월 마지막 일요일부터 3월 마지막 일요일까지 우리나라와 2시간 차이가 난다(+2시간). 4월부터 9월까지는 1시간 차이로 유지된다(+1시간).
▶ 도미 파이(Snapper Pie) 블랙와틀 베이에 위치한 더 보트하우스에 가면 각종 해산물 요리를 비롯해 이 곳에서 가장 유명한 도미 파이를 맛볼 수 있다. 원래 보트 창고였던 곳을 개조, 전면이 통유리로 둘러싸여 모든 테이블에서 시드니의 안작 브릿지와 항구 경치를 감상하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 에뮤·캥거루·악어 피자 호주에서만 볼 수 있는 메뉴. 록스의 오스트레일리안 헤리티지 호텔의 레스토랑에서는 에뮤 바비큐 피자, 유기농 후추의 알싸한 향의 캥거루 피자와 염수에서 서식하는 악어 고기로 만든 피자 등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재료로 만든 피자를 맛볼 수 있다.
▶ 팬케이크 온 더 록스의 팬케이크를 맛보게 되면 이제 더 이상 예쁘게만 장식된 팬케이크는 먹지 못할 수도 있다. 엄청난 크기의 팬케이크 위에 먹음직스럽게 뿌려진 각종 토핑은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 이미 현지인들뿐만 아니라 전세계 여행객들에게도 유명한 곳이다.
▶ 수영복 시드니는 가까운 거리에 아름다운 해변들이 많아 선탠을 즐기는 사람, 서핑과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만큼 수영복이나 비치 웨어의 선택 폭이 넓다. 빌라봉, 록시, 시포리 등의 브랜드들은 소재는 물론이고 디자인까지 좋다. 또 직접 입어 보고 구입할 수 있다.
▶ 양모 제품 가볍고 따뜻한 호주산 양모 제품의 명성은 이미 널리 알려진 그대로다. 제품의 종류도 다양해 시트부터 이불, 내의와 양말, 장갑과 인테리어 제품에 이르기까지 최고의 편안함과 따뜻함을 자랑해 늘 변치 않는 베스트 쇼핑 아이템이다.
▶ 오팔 전세계 오팔의 95퍼센트가 호주에서 생산된다. 색상이 화려하고 신비로워 관광객들에게 인기. 특히 시드니에는 유명한 오팔 매장들이 많다. 웨스트필드 센터포인트에 위치한 오팔 케이브나 록스의 오팔 필드, 오페라 하우스의 코스텔로 등에서 파는 제품은 품질과 디자인을 인정받는다.
17세기, 유럽의 대탐험이 시작되기 전까지 호주 원주민들은 호주 전역에 500~ 900여 개의 부족을 이루며 자연과 더불어 살고 있었다. 이들은 약 4만 년에서 6만 년 전 동남아시아로부터 이주해서 오세아니아 대륙에 정착한 가장 오래된 인류로 알려져 있다.
시드니 서쪽에 자리한 방대한 블루 마운틴에 최초로 정착한 그들은 토템적 영혼을 가진 조상 신들이 우주의 모든 생명들을 창조하던 신성한 순간들에 대해 ‘꿈을 꾸다’ 혹은 ‘꿈의 시대’라고 표현한다. 자연과 신과 인간이 궁극적으로 융합한다는 원주민 창세 신화가 곧 ‘꿈의 시대’인 것이다.
태초에 태양, 달, 별들이 깊은 땅 밑에서 자고 있었고 생명도 죽음도 없는 어둠뿐이었다. 영원한 침묵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깨어난 조상 신들은 때론 반수반인의 모습이나, 캥거루, 도마뱀, 에뮤, 나무 등과 같은 동식물의 형상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지구를 배회하다가 모든 것을 제 위치와 지금의 형상으로 만든 후 다시 동물이나 별들로, 혹은 언덕이나 강의 형상으로 돌아갔다.
동남아시아로부터 이주해온 원주민
이처럼 자신들의 조상 신들이 자연과 인간을 창조하고 모든 생명체가 서로 공존하며 살아가는 법을 가르친 뒤 그 자연으로 다시 스며들어 사라졌다는 ‘시간 전의 시간’, 다시 말해 조상 신들의 영혼은 우주 모든 만물 속에서 영원하다고 믿는 ‘꿈의 시대’는 그들의 삶 속에 용해되고 흡수돼 현대 원주민 예술과 문화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호주 블루 마운틴의 유네스코 자연보호구역 내에는 7개의 방대한 국립공원과 1천100미터 높이의 원시림이 경이로운 자연 경관을 만들어 내고 있다. 아름다운 기암 절벽을 타고 흐르는 협곡들과 야생 동식물들, 3억4천만 년 전에 생겼다는 9개의 천연 석회암 동굴 속을 유유히 흐르는 지하 강물이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느끼게 한다.
40여 개가 넘는 박물관과 미술관들이 있는 이곳에는 블루 마운틴의 역사와 원시시대의 유적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우리의 마음을 사로 잡는 건 고대 ‘다룩(Daruk)’ 부족에서 ‘걷기(Walkabout)’라고 표현한 의식이다. 이 의식은 소년 원주민들이 성년식을 치르고 6개월 간 홀로 야생 생활을 하며 ‘꿈의 시대’ 속 영웅들의 행로를 순례했던 ‘통과 의식’이다. ‘걷기’를 느끼며 걷다 보면 자연 속 깊은 곳에서, 고대 원주민의 땀과 외로움, 숨어있던 비밀스러운 그들만의 이야기가 들리는 것 같다.
40여 개가 넘는 미술관·박물관들
그들의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은 1891년 유럽인 죠셉 브래드쇼(Joseph Bradshaw)에 의해서다. 4만 년 전쯤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호주 원주민들의 동굴 벽화들이 그에 의해 발견돼 원주민의 삶을 기록한, 강인한 아름다움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시드니로부터 74킬로미터 거리에 있는 블루 마운틴 시의 26개 타운들 중 첫 번째 타운인 글렌브룩(Glenbrook)의 ‘붉은 손 동굴(Red Hand Cave)’에는 1천600년 전 고대 다룩 부족이 남긴 스텐슬 암벽화가 있다.
스텐슬이란 오브제의 바같 부분을 채색하는 것이다. 고대 원주민들은 손바닥을 동굴 벽에 대고 물과 ‘오커(Ocher : 황토색을 내는 안료)’가 섞인 채색 물감을 입으로 불어서 반복적으로 겹쳐진 손 모양들을 남겨놓았다. 블루 마운틴 내에 산재한 원주민 미술 중 가장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에서 우리는 그들의 우주, 자연에 대한 깊은 정신적 연결과 경외심을 느낄 수 있다.
원주민들은 다양한 기법으로 그들의 믿음을 전했다. 그 중 대표적인 미술양식이라 할 수 있는 ‘점 페인팅’은 고대 원주민들이 제식에서 주술적 의미로 사용했던 패턴이다. 또 그들은 사물의 외양뿐 아니라 내부까지 표현하는 독특한 미감인 ‘엑스레이(X-ray) 페인팅’기법을 통해 토테미즘적 사상과 인간관, 자연관, 우주관을 표현하기도 했다.
글렌브룩에서 블루 마운틴의 중심으로 48킬로미터 떨어진 곳 ‘카툼바(Katoomba)’ 타운의 ‘에코(Echo) 포인트’라는 곳에는 장엄하고 아름다운 세 봉우리가 창세 신화 중 하나인 ‘세 자매’의 설화를 간직한 채 솟아 있다. 카툼바 부족의 주술사에게 세 자매가 있었는데, 니펜(Nepean) 부족의 세 형제와 금기된 사랑에 빠진다. 세 형제는 세 자매와 결혼하기 위해 카툼바 부족과 전쟁을 추진한다. 카툼바족의 주술사는 자신의 세 딸을 보호하기 위해 마술로 돌로 변하게 했다. 그러나 주술사가 전쟁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함으로써, 세 자매는 마술이 풀리지 않은 채 해발 922, 918, 906미터의 거대하고 아름다운 형상의 암봉들로 남게 됐다는 얘기다.
블루 마운틴 세 자매봉 설화도 해당
블루 마운틴 북쪽에 위치한 울레미(Wollemi) 국립공원에는 울레미 파인이라는 공룡시대의 식물이 2억 년 동안이나 1천200개가 넘는 원주민 암면 채화와 암각화들 그리고 원시 시대 유물들과 함께 보존돼 왔음이 최근에 밝혀졌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수직 암벽판에 새겨진 새 발자국(Bird’s Track)을 비롯해 독수리의 도약(Eagle’s Reach Cave)이라고 불리는 동굴에는 인간과 새가 합쳐진 형상의 스텐슬과 목탄 드로잉이 있다. 이는 고대 원주민들의 신화적 심성과 ‘꿈의시대’를 시각적으로 기록한 상징화라 할 수 있다.
예술이란 주체와 객체가 일체를 이루는 가치 체험이다. 우리들 모두가 그들의 삶 속으로 진지한 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도심에서 회복할 틈 없이 지쳐버린 우리의 심신과 잃어버린 정서를 토닥거려줄 수 있는 최고의 예술여행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김명희 / 재호주 미술인>
출처 : 대한항공 스크이뉴스 이메일
출처 : 종, 그 울림의 미학
글쓴이 : 하늘빛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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