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든 물건이든 누군가 불러주기 전에는 그저 수많은 이름 중 하나에 불과할 뿐이다. 브랜드명 역시 많은 사람들이 그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을 때, 브랜드명은 비로소 그만의 가치를 가지는 꽃이 되는 것이다. 잘 지은 브랜드명 하나가 기업의 대표이미지가 되고 기업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되곤 한다. 브랜드명은 단순히 상품의 이름이란 사실을 넘어서 하나의 고유명사가 되어 오랫동안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리거나, 오히려 상품보다 더 유명해져 그 이름만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흔들고 관심을 이끌어낸다. 잘 지은 이름 하나가 열 상품 안 부러울 때가 왔다. 브랜드명의 중요성과 가치가 이 정도가 되다 보니, 상표출원에 있어서도 고심의 고심을 거치기 마련. 상표출원은 톱니바퀴처럼 시대분위기와 맞물려 그만의 유행을 만들어낸다. 그럼 지금부터 상표출원에 대한 고민과정에서 그 유행까지 전격 해부한다. |
높아진 기술력으로 제품 모방이 빠르게 진행되는 요즘 같은 시대에 ‘이것’과 ‘저것’을 구분하는 일은 쉽지 않다. 기업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제품 홍수 속에서, 획기적이고 번뜩이는 브랜드명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브랜드명을 통한 차별화가 바로 그것. 비슷한 상품들 속에서 소비자들의 손길과 눈길을 한 번이라도 더 끌고자, 독특하고 개성 있는 이름들로 소비자들에게 다가서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손쉽게 구매할 수 있고 다양한 대안이 존재하는 저관여(low- involvement) 상품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추세이다.
옥시의 유머러스한 ‘물 먹는 하마’는 방습제 시장에서 기존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마케팅비용과 시간으로 시장점유율 및 인지도를 70%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잘 개발된 브랜드이름 하나로 수억 원 이상의 마케팅비용을 절감한 사례로 꼽힌다. 이제는 하나의 표현으로 굳어져버린 롯데 칠성의 ‘2% 부족할 때’
, 물론 현재에는 주춤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여전히 성공한 브랜드이름으로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다.
이렇듯 기업이 사느냐 죽느냐에 까지 그 영향을 미치는 브랜드명은, 기업이 하나의 브랜드를 관리하든 여러 브랜드를 관리하든 중요한 위치에 오르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 된다. 관심과 그 가치가 높아질수록 유행의 굴곡은 생기기 마련이고, 당연히 상표출원 기준에 대한 정의도 달라지며,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높이 역시 높아지기 때문이다.
▶얼마 전, 특허심판원은 2005년에 판결했던 상표 심판사건을 판결한 <상표 판결문 요지집>을 발간했다. 이에 따르면 ‘e-편한병원’은 되고 ‘e-편한치과’는 안 된다. ‘이가 편한 치과’로 인식할 수 있으므로 제품의 성질을 나타낸 상표는 상표법 6조 1항 3호에 따라 등록이 안 된다는 것. 또 ‘누브라’는 기존 등록된 ‘노브라’와 유사해 등록할 수 없었다. 첫 음절 모음만이 달라 전체적으로 비슷한 느낌이 든다는 이유다. 그런가하면 ‘HIGHMAT’도 앞서 등록한 ‘HI-MART’ 상표와 발음(하이마트)이 유사해 사용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브랜드명에도 트렌드가 있다. 사실 놀랄 만한 이야기는 아니다. 나날이 치열해져 가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같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고자 브랜드명도 트렌드에 맞춰 변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제조업이 중심이던 과거에 브랜드명은 주로 상품이나 제품의 기능, 서비스, 성능 등을 단순하게 나타내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새우 맛이 나는 과자 ‘새우깡’, ‘오리온초코파이’, ‘금성텔레비전’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상대적으로 브랜드명의 중요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경쟁도 지금 만큼 치열하지 않았던 그때에도 브랜드 이름에는 유행이 있었다. 새우깡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자 수많은 아류 ‘깡’ 시리즈가 등장했던 전례가 있지 않은가.
시간이 지나면서 브랜드명의 중요성이 부각되자, 이름을 짓는 기법도 다양해지면서 이제 브랜드명은 종전보다 더욱 다양해지고 주기(cycle) 역시 짧아졌다. 상표출원에 있어서는 일시적인 유행어, 당시의 세태를 반영한 단어, 드라마, 영화, 방송 프로그램명 등 다양한 형태의 상표출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세태와 브랜드명의 관계는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물론, 그 유행의 종료, 세태의 변화, 방송 등의 종영과 함께 그 상표도 고객에게서 멀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유행의 바람이 멈추지 않는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요즈음 가장 각광받고 있는 상표출원 트렌드는 재미있고 감각적인 상표이다. 10∼20대 젊은층이 주요 소비계층으로 등장하면서 이들이 사용하는 인터넷 용어를 상표로 출원하는 건수역시 늘고 있다. 소비자로 하여금 폭소를 자아내고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이름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유행은 말 그대로 유행일 뿐이다. 그 시대에 잊히지 않는 신드롬으로 기억되기 위해선 남들이 모방할 수 없는 자기만의 독창적인 언어를 결합한 창작상표(조어상표)를 개발하여 출원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세상에 유행이 없는 것이 있을까. 당장 거리만 나서도 수많은 상표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상표들은 저마다 소비자들의 발길을 끌고자 끊임없이 노력을 한다. 무엇이든 흐름은 있기 마련이지만 이름 짓기에서 꼭 기억해야 할 점은 개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감각적인 것을 찾는 이름 하나에 웃고 우는 경우가 부지기수. 최근 상표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브랜드명 짓기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또한 상표권의 가치가 급상승한 만큼 이를 두고 벌어지는 분쟁 사례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기업들은 브랜드명의 가치상승으로 인해 상품을 낼 때마다 상표권 등록을 해두는 추세이다. 다시 말해, 유행상품이 됐을 때 따라하지 말라는 얘기이다. 이에 따라 상표권분쟁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최근 롯데제과와 해태제과는 ‘석류미인’이라는 이름을 놓고 한바탕 싸움을 벌였으며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이 ‘불가리스’, ‘불가리아’ 이름을 놓고 1년여에 걸친 상표 분쟁을 최근 일단락하기도 했다. 또한 광동제약의 ‘비타500’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비타1000’, ‘비타900’ 등 ‘비타’라는 이름을 단 유사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상표출원에 있어서 우선적으로 기억해야 할 것은, 현재를 살고 있는 소비자들은 이미 볼만큼 봤고 들을 만큼 들었고 알 만큼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특정 브랜드명이 각인되기 위해선 앞으로 더욱 더 치열한 싸움을 치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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